정우성 감독 '보호자', 클리셰는 있고 이야기는 없다 [시네마 프리뷰]

정유진 기자 2023. 8. 14. 17: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5일 개봉 영화 '보호자' 리뷰
영화 '보호자'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연출에 대한 배우 정우성의 관심은 이전부터 널리 알려져 왔다. 실제 그는 과거 직접 연출한 '4랑'(2013) '킬러 앞에 노인'(2014) 등의 단편 영화를 선보이기도 했다. '보호자'는 어쩌면 이처럼 지속적으로 연출에 관심을 표명해 온 '감독' 정우성의 야망이 응축된, '정우성 다운' 작품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자아냈던 작품이다.

15일 개봉을 앞둔 '보호자'는 완성도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아쉬움을 주는 작품이었다. 클리셰로 가득한 각본과 자극은 넘치지만 어쩐지 의미는 부재한 내용 때문에 관객들은 공허함을 안고 극장을 나오게 될 수도 있다.

영화는 10년 만에 감옥에서 막 출소한 수혁(정우성 분)이 연인을 찾아가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작한다. 감옥에 들어가기 전 조직에 몸 담았던 그는 그 조직에서 나오기 위해 보스가 시킨 마지막 임무를 수행했고, 그로 인해 감옥에까지 들어가게 됐다. 연인으로부터 "평범한 좋은 사람"이 임비의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수혁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향에 대한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영화가 늘 그렇듯 조직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의뭉스러운 보스 응국(박성웅 분)은 그에게 거액을 건네며 다음을 기약하고, 수혁이 떠난 후 2인자 자리를 꿰찬 성준(김준한 분)은 수혁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그를 처리해달라며 세탁기 우진(김남길 분)과 거래한다. 사제 폭탄 전문가인 파트너 진아(박유나 분)와 함께 일하는 우진은 아이 같은 천진함과 짐승 같은 잔혹함을 동시에 가진 인물로 수혁을 죽이기 위해 돌진한다.

'장르 영화'는 필연적으로 관습적인 부분들이 있을 수밖에 없고, 기존 플롯을 채택할 확률이 높다. 잘 만든 '장르 영화'는 이런 부분을 제거한 작품이 아니라, 기존 요소들과 새로운 요소들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뒤섞어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영화'를 본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일 것이다. 아마도 정우성 감독 역시 오랜 영화 경력을 통해 이런 면들을 인지하고 있고, 이것을 염두에 두고 '보호자'를 찍었겠으나 결과물은 아쉬움이 크다.

'보호자'에서 새로움을 꾀한 부분은 캐릭터와 일부 액션 스타일인 것으로 짐작된다. 장발을 한 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보스 박성웅이나 공허한 내면을 감추고 시종일관 시끄럽게 떠드는 기묘한 빌런 김남길,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 찌질함을 가득 발산하는 김준한의 캐릭터는 보는 확실히 보는 맛이 있다. 감독과 배우들이 입을 모아 자랑하는 플래시 액션과 호텔 로비 액션, 아파트 앞에서의 추격전 등에서는 '차별화된' 액션 시퀀스를 만들고자 했던 정 감독의 야심이 묻어난다.

'보호자' 포스터

그럼에도 영화를 본 뒤 공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인공 내면의 부재 탓이 크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수혁의 욕망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느끼기 어렵다. 조직을 떠나고 싶고, 연인을 해한 이들에게 응징을 하고 싶고, 딸을 지켜내고 싶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럼에도 그의 그런 서사가 와닿지 않는 것은 영화가 이런 내용을 말해주기만 하고 보여주지는 않아서다. 영화 '테이큰'에서 브라이언(리암 니슨 분)의 피 튀기는 액션이 그토록 처절하게 느껴졌던 것은 딸 킴(매기 그레이스 분)에 대한 그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 지 영화 속에서 보는 이들이 이를 확인할만한 지점들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들을 '보호자'에서는 만나기 힘들다.

개성이 도드라진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주인공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주인공이 감독을 하고 있는 영화임에도 그렇다. 주인공이 처음부터 관객들의 마음을 사지 못하니 끝까지 따라가기가 힘들다. 관습은 그저 뼈대일 뿐이다. 살을 붙이고 피를 흐르게 해 끝내 영화가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영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주인공의 내적 동기, 그리고 그가 다른 인물들 세상과 맺는 구체적인 관계성 등을 통해 형성된다. 단순히 새로운 스타일 등 외적인 요소들을 통해서 달성하기는 어려운 숙제다. 클리셰는 있고 이야기는 없는 영화가 나온 것은 이 숙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러닝타임 97분. 오는 15일 개봉.

eujene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