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잼버리, 성찰의 시간 갖겠다"는데···지사는 "전북인 상처 묵과 안해"
韓 "한치 소홀함 없이 철저 분석"
감사원 "예산 운영 전반 살필 것"
전북은 "수십조 규모 새만금사업
이번 행사와는 관계 없어" 반박
국힘 "문정부·민주당 책임 엄중"
민주는 "현 정부 주먹구구로 망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14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와 관련해 “대회가 마무리된 만큼 성찰의 시간을 별도로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회 기간 발생한 운영 미숙과 예산집행의 적절성, 기반시설 미비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감찰한 뒤 책임 소재를 가려보겠다는 의미다. 국무총리실과 감사원은 이에 여성가족부·전라북도·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 등 주무 부처에 대한 감찰과 감사를 강도 높게 시행한 뒤 각종 비위가 드러나면 이를 엄중 처벌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관영 전라북도지사가 “전북인의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주고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나선 만큼 잼버리 파행 운영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앞으로도 상당 부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태풍 등 기상 문제 등으로 인한 대원들의 긴급 이동과 문화 체험 등에 도움을 준 민간 기관과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 총리는 “전국 각지에서 잼버리 대원들에게 보내주신 따뜻한 국민들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거리에서 만나는 잼버리 대원들에게 친절하게 안부를 건네며 시원한 음료를 제공해주셨던 국민 한 분 한 분이 대한민국의 국격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줬다”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철저히 분석하고 성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잼버리 대회는 국회와 총리실·감사원 등 주요 기관의 감찰과 감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잼버리 대회와 관련해 감사 준비 단계에 이미 돌입했다”며 “국민들이 감사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 사용과 운영 전반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이날 잼버리와 관련해 “수십조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등 허위 사실에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며 반박에 나섰다. 김 지사는 “잼버리는 범정부적으로 준비하고 치르는 국제 대회지만 우리는 개최지로서 자부심이 컸다”면서 “조직위원회에서 지원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도우려 했고, 잼버리 성공을 위해 네 일 내 일이 따로 없다고 생각하고 조직위에서 하지 않은 일들도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진행해왔다”고 언급했다. 또 “새만금 사업은 잼버리가 유치되기 훨씬 전부터 이미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왔다”고 강조했다. 올 7월 완공된 새만금 남북 2축 도로 등은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인한 SOC 구축이 아니라 새만금 투자 환경 개선과 내부 개발 촉진을 위해 오래전부터 진행한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새만금국제공항 역시 잼버리와 무관하게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각 지역에 2건씩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덕도신공항과 TK신공항을 거론하며 “공항 부실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새만금공항만 언급하는 것은 전북과 새만금에 대한 공격이고, 이런 부당한 공격에 대해서는 묵과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전북이 이같이 반박에 나서면서 사회적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등 여권은 전북이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SOC 유치에 적극 활용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잼버리 기반시설 미비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경우도 없다”며 “잼버리 준비 기간 6년 중 무려 5년을 날려버린 문재인 정부, 일선에서 예산을 집행하며 조직이 실무를 맡았던 전라북도 등 얼핏 상황만 살펴도 관련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훨씬 더 엄중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 여당이 ‘남 탓’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행사 운영 등 대회 전반을 이끌어갈 책임은 당연히 현 정부에 있다”며 “그동안 숱한 경고에도 무사안일과 주먹구구로 일관하며 국제적 망신을 산 것은 윤석열 정부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잼버리와 관련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남기며 논란은 배가됐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적반하장(賊反荷杖)’ ‘후안무치(厚顔無恥)’ 등의 표현을 쓴 신문 사설을 인용하며 “그런 평가를 유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전주=박지훈 기자 jhp9900@sedaily.com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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