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채널 돌려도 땡윤방송? KBS·MBC·EBS 이사 해임, 해임, 해임
14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남영진 한국방송(KBS) 이사장의 해임 제청안과 정미정 교육방송(EBS) 이사의 해임안을 가결했다. 정 이사는 즉시 해임됐고 남 이사장은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의 해임건의안 재가로 해임됐다. 이날 방통위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의 해임 청문회도 진행했다. 권 이사장 해임 안건을 의결하는 회의는 16일 열릴 예정이다. 방통위의 2 대 1 여야 구도와 일방적 운영 행태를 볼 때, 권 이사장 해임도 강행 처리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고 나면 공영방송 이사회의 여야 구도를 뒤집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불도저식 터 닦기도 사실상 일단락된다.
전체회의가 열리기 전인 이날 오전 9시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앞에서 한국방송, 문화방송(MBC), 교육방송 이사장과 야권 추천 이사들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야만적 공영방송 장악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3대 공영방송 이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현업 언론인 단체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해직 언론인 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도 함께 열렸다. 이들 13개 단체는 “법과 절차를 무시한 폭력적 숙청극을 중단하고 방통위를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방통위 앞의 목소리는 격앙됐으나, 1시간 뒤 시작된 전체회의는 오전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첫번째 안건은 남 이사장이 지난 10일 “독단적으로 해임을 주도해 절차적·내용적인 위법을 저질렀다”며 낸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대한 기피 신청이었다. 기피 신청 대상자인 김 직무대행을 빼고 여권 추천 이상인 상임위원과 야권 추천 김현 상임위원이 표결한 결과, 1 대 1 가부동수로 신청은 기각됐다. 그 뒤 김 위원이 항의 퇴장한 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여권 추천 두 상임위원은 나머지 두 안건을 가결했다. 남 이사장은 ‘방만한 한국방송 경영에 대해 관리·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고, 법인카드 사용 논란 등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유가, 정 이사는 ‘티브이(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 사건으로 기소됐다’는 사유가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이날도 상임위원 3명만 남은 ‘반쪽짜리’ 방통위의 여야 구도 속에서 합의제 운영 정신을 저버리는 행태가 고스란히 반복됐다. 지난 9일에도 방통위는 야권 추천 김 위원을 안건 상정 단계부터 배제한 채 한국방송과 방문진의 보궐 이사 2명을 일방적으로 임명했다. 이날 언론단체들이 “대통령실 지령을 받은 ‘용산 출장소 칼잡이’ 두 명만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망나니 칼부림으로 공영방송 이사회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 까닭이다. 윤 대통령은 티브이조선 재승인 심사 사건으로 기소됐다는 이유로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5월30일 면직했고, 지난 3월30일 국회가 추천한 최민희 신임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경력에 결격 사유가 있다며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날 해임된 공영방송 이사들은 하나같이 사유의 부당함과 절차의 위법성을 들어 해임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남 이사장은 “즉각 소송을 제기함은 물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불법과 부당함을 바로잡고 김효재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이사장도 “방통위가 열거한 10개 항목의 해임 사유는 앞뒤도 맞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방통위는 해임 결정 과정도 알리지 않고, 자료 열람도 전면 거부하고, 청문 공개 요청도 거부하는 등 방어권을 묵살한 채 ‘원님 재판’을 하고 있다”며 청문 주재자인 변호사 2명에 대해 기피 신청을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서둘러 후임 인사를 내어 이사회를 장악한 뒤 공영방송 사장들을 교체하는 작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국장(변호사)은 “공영방송 이사진과 사장 교체 과정에서 내용과 절차의 엄격성을 요구하는 대법원 판례들이 있지만, 집행정지 가처분 단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방송 장악 결과를 되돌릴 수 없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라며 “법제도를 바꾸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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