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개미 베팅 2배 증가···올 1.5조 담았다
소부장 등 日ETF 순자산도 5배 ↑
文정부 '극일펀드' 순유출과 대조
일본인들은 韓증시 2790억 매도
국내 투자자들이 올 들어 일본 주식을 지난해 대비 16배가량 순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증시가 오랜 침체의 늪을 뚫고 30년 내 최고점을 찍자 ‘일학개미’들이 투자를 크게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한일 관계가 해빙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투자에 있어서도 반일 감정이 크게 사그라든 분위기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일본 주식(상장주식펀드(ETF) 포함)을 4518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77억 원)의 2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매도 금액을 제외한 매수 총액도 11억 5689만 달러(약 1조 5471억 원)로 전년 동기(5억 7129만 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매수 금액은 이미 지난 한 해 총 매수 규모(9억 1053만 달러)를 넘어섰다.
국내에 상장된 일본 지수 추종 ETF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ACE 일본Nikkei225(H)’ ‘KODEX 일본TOPIX100’ ‘TIGER일본TOPIX(합성H)’ 등 일본 대표 지수를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ETF 3종에는 같은 기간 1206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연초만 해도 이들의 순자산총액은 총 318억 원에 불과했지만 이달 11일에는 1524억 원까지 5배 가까이 불었다. 이들의 수익률도 16.13~24.24%에 달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5.87%)을 웃돌았다.
지수 외에도 미국발 공급망 재편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일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종목에 대한 투자 열풍도 불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과 관련해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종목이 ‘글로벌X 일본 반도체 ETF’였을 정도다. 총 4760만 달러어치를 사들여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 순위에서도 상위권인 22위에 올랐다.
한국·대만·일본의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아시아반도체공급망 exChina액티브’도 지난 2월 국내 상장 이후 5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으며 순항하고 있다. 이 상품은 한국 ETF 중 유일하게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대표 반도체 소부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3·6개월 수익률만 각각 16.02%, 19.37%에 달한다. 한화자산운용도 투자 열기를 잡기 위해 올 하반기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수퍼 엔저’에 힘입어 환차익을 노리는 엔 투자 수요도 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를 올 들어 1억 9688만 달러(한화 약 2620억 원)어치 순매수해 전체 외화증권 중 일곱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TIGER 일본엔선물’ ETF에는 같은 기간 896억 원이 유입돼 국내 상장 일본 관련 ETF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다.
올 들어 일본 주식에 국내 자금이 몰리는 것은 현지 증시가 이례적으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는 오랜 기간의 부진을 뒤로 하고 지난 5월 3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사상 가장 강한 엔저 효과가 나타나면서 수출 상장사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도 빠르게 상승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최근 한일 관계가 급격히 호전된 점도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극일 펀드’로 알려진 NH아문디자산운용 ‘필승코리아펀드’의 수탁고는 지난해 8월 3425억 원에서 11일 3423억 원으로 2억 원 더 줄었다. 이 펀드는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싸고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 부품 수출 규제에 맞서 국내 소부장 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출시된 상품이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도 직접 가입하며 펀드 모집에 힘을 보탰지만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엔 자금 유입이 사실상 중단됐다.
한편 한국과 달리 일본인들은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 국적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 1~7월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에 대해 2790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 6410억 원 규모를 순매수한 바 있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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