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부동산 '디폴트' 도미노…신탁사마저 흔들
국영업체 시노오션도 휩쓸려
2천만달러 규모 이자 못 갚아
부동산 반등 베팅한 신탁사
시장 침체로 잇단 상환 실패
헝다 사태 이상 파급력 우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영 부동산 업체 시노오션그룹도 최근 2094만달러 규모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미노 디폴트 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은행과 달리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아 '그림자 금융'으로 불리는 신탁업계로까지 리스크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다수 신탁회사가 신탁자금 상당수를 부동산에 투자했지만 수익 악화에 직면해 신탁 상품 상환에 줄줄이 실패하면서 금융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부동산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온 중국 대표 신탁회사인 중룽신탁은 최근 자사 신탁 상품에 대한 상환 실패를 선언했다. 올해 중룽신탁이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중룽신탁의 신탁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였다. 이는 일반 산업군 42%, 금융업 3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중룽신탁은 작년에도 10여 개 부동산 프로젝트 지분을 매입해 부동산 시장 반등에 승부수를 걸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자 이 회사는 돌연 7월 중순부터 모든 신탁 상품에 대한 지불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300억위안에 달하는 미지급 신탁금에는 투자자가 15만명 이상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룽 외에도 다양한 신탁회사가 지난해 말부터 원금과 이자 지급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리 응 나틱시스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신탁업을 포함한 다른 부문에 어떻게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부동산에 대한 자산 배분이 높은 신탁회사가 이자 상환 문제에 직면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위기로 번진 중국 신탁회사의 지급 실패 사례는 중국 신탁업계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상업·투자은행, 사모펀드, 자산 관리 특성을 결합한 중국 신탁업계는 규모가 2조9000억달러에 달한다. 은행 시스템이 아닌 2금융권을 중심으로 운영돼 '그림자 금융'으로도 불린다. 중국에선 건설업과 제조업,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을 뿐 아니라 펀드업계와도 맞물린 만큼 중국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션멍 샹송인터내셔널 이사는 "신탁업계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가 채무불이행에 빠졌을 때보다 리스크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조만간 채무 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 11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칼 챈 JP모건 중국 부동산 주식 수석연구원이 이끄는 애널리스트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비구이위안이 기록한 막대한 순손실보다 더 중요한 점은 경영진 스스로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이 회사는 이미 채무 조정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크레디트사이트의 니콜라스 챈 애널리스트도 "비구이위안은 자산 매각, 주주 자금 투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금을 확보할 것"이라면서도 "이마저 충분하지 않으면 비구이위안은 디폴트 선언 후 포괄적인 채무 재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7일 비구이위안은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비구이위안의 역내 채권 11종은 14일부터 거래가 중단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증시에 상장된 비구이위안 주가는 이날 오전 거래에서 15% 이상 하락해 주당 0.83홍콩달러를 기록했다. 11일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재점화되며 홍콩·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2.40%,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13%까지 떨어졌다. 항셍 본토 부동산지수(HSMPI)도 4.60% 내려갔다.
한편 중국은 외신 등에서 제기되는 부동산 시장 붕괴론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는 만큼 비구이위안과 다른 부동산 개발기업의 위험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중국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는 등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결국 중국 부동산 산업은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추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최고지도부가 중국 부동산 시장 최적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사실을 소개하며 "거시경제와 부동산 정책이 적극 시행되면 부동산 문제 해결에 더 속도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외신은 "비구이위안이 헝다보다 4배나 많은 프로젝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비구이위안의 디폴트는 중국 부동산 시장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잇달아 보도했다.
[서울 한재범 기자 /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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