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마통으로 버티는 정부, 올해 100조 빌려
2010년 이후로 최대 규모
이자로 지급한 돈 1141억
4년내 국유재산 16조 매각
대금 분납 5년→10년 확대
올해 정부가 극심한 세수 부족에 시달리면서 한국은행 차입금이 13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데다 보유 국유재산도 대거 내다팔기로 했다. 2027년까지 국유재산 16조원 이상을 처분하고 민간과 지방자치단체의 매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금 분납 기간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유재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국유재산 매입 대금 분납 기간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2024년도 국유재산종합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3000만원 이상의 국유재산을 매입하는 일반 국민이 대금을 분납할 수 있는 기간은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된다.
지자체 분납 기간은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된다. 대금을 나눠 낼 수 있는 기간을 늘려줌으로써 국유재산 매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다.
민간 매각이 곤란한 대규모 유휴용지는 대부 기간을 현행 30년에서 5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부료 산정은 재산가액 연동 방식에서 매출액 연동 방식으로 바꾼다. 이외에도 국유재산을 드라마·영화 촬영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기로 했다. 해외 공관과 공공기관 사무소를 결합한 재외국민 통합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지자체 간 재산 교환 등도 추진한다.
정부가 국유재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재정 구멍을 메우려는 고육지책이다. 정부의 살림살이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상반기에만 83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가 101조9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적자가 불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재정수지 악화는 경기 부진에 따른 세수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올해 들어 6월까지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소득세(-11조6000억원)와 법인세(-16조8000억원), 부가가치세(-4조5000억원) 등 주요 세목에서 세수가 크게 줄었다.
나라살림이 어려워지면서 정부가 한은에서 빌린 돈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에 따르면 올해 1~7월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받은 누적 금액은 10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해당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다.
올해 7월까지의 누적 일시 대출금은 이미 지난해 전체 누적 일시 대출금인 34조2000억원의 3배에 달했으며 코로나19로 재정 소요가 많았던 2020년 1~7월에 기록한 대출금 90조5000억원도 훌쩍 넘어섰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의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놓고 필요할 때 부족 자금을 충당해 사용하고, 자금 사정이 괜찮아지면 다시 대출금을 갚는 것과 비슷하다.
마이너스통장과 마찬가지로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한도가 있다. 올해 정부의 한은 일시 대출 한도는 50조원이다. 정부는 지난 7월까지 대출 잔액이 50조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빌리고 갚기를 반복해왔다. 현재는 100조8000억원을 모두 상환한 상태로 대출 잔액은 0원이다.
정부가 한은에서 돈을 빌려 쓰는 것인 만큼 정부는 대출액에 대한 이자를 한은에 지급해야 한다.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정부가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141억원에 이른다. 이 역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필요할 때마다 한은에서 빌려 쓰는 제도지만, 지나칠 경우 재정 운용이나 물가 관리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양 의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00조원 넘게 한은으로부터 차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재정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희조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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