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하다 차 보고 놀라 넘어져…운전자는 유죄? 무죄?

이지혜 2023. 8. 1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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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를 직접 치진 않았지만, 놀라 넘어져 다치게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일부 유죄가 선고됐다.

다만 추가 공소사실인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선 "ㄱ씨가 ㄴ씨 차량을 피하기 위해 뒷걸음질하던 중 넘어져 상해를 입었던 점, ㄴ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로 운전석에 앉아 ㄱ씨와 말다툼 뒤 그대로 운전해 간 점 등을 종합하면, ㄴ씨가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ㄱ씨에게 상해를 입게 하고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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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는 무죄, 사고 뒤 미조치로 벌금형
무단횡단 금지 표지판. 연합뉴스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를 직접 치진 않았지만, 놀라 넘어져 다치게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일부 유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사고 뒤 다친 사람을 돕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사고는 지난해 1월 밤 10시께 서울 중구의 한 편도 3차선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1차로와 3차로는 주차된 차들로 복잡한 상황이었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주차된 차량 사이에 서 있던 피해자 ㄱ(75)씨는 무단횡단을 시도하다 ㄴ씨(41)가 운전하는 차량과 마주쳤다. 둘 사이에 물리적 접촉은 없었지만 ㄱ씨는 놀라 뒷걸음질치다 오른쪽 팔뚝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10주 부상을 입었다. ㄴ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ㄱ씨와 말다툼을 한 뒤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검찰은 운전자 ㄴ씨를 뺑소니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로 재판에 넘겼다. 멀리서 피해자를 발견했음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상해를 입힌 뒤 현장을 이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운전자는 충돌 전 정차했다. 놀라 뒤로 넘어져 상해를 입을 것까지 예견해 대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하며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사고 뒤 즉시 정차해 다친 사람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2심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재판장 정덕수)는 “상해를 입게 하고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추가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해 ㄴ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뺑소니 혐의에 대해선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해 운전했거나 피해자 앞에서 급제동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가 없고, 제동 지점은 피해자의 뒷걸음질 시작 지점과 약 2m의 거리를 두고 있어 추돌 위험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유지했다. 다만 추가 공소사실인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선 “ㄱ씨가 ㄴ씨 차량을 피하기 위해 뒷걸음질하던 중 넘어져 상해를 입었던 점, ㄴ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은 상태로 운전석에 앉아 ㄱ씨와 말다툼 뒤 그대로 운전해 간 점 등을 종합하면, ㄴ씨가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ㄱ씨에게 상해를 입게 하고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ㄴ씨는 2심 유죄 판단에 불복해 상고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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