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장마, 태풍 그리고 공직
장마가 끝나고 입추가 지났다. 장마는 홍수를 낳고 홍수는 인명을 앗아간다. 올림픽, 월드컵을 성대하게 잘 치른 우리지만 이번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서 미진한 점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도 캐나다 잼버리 대원이 며칠 묵게 되었다. 1991년 고성 잼버리와 달리 이번에는 남쪽 새만금이 장소인 것이 원인이 된 듯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그것을 준비하는 공직에 있을 것이다. 오송에서 운전 중에 지하도에서 물길이 덮쳐서 국민이 다수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 역시 공직의 책임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 한 명이라도 생각이 닿아 미리 통행을 저지할 수 있었다면 그러한 사망사고는 방지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는 통행을 저지할 공권력의 출구가 신속 정확하지 않고, 둘째는 기상정보 등 임박한 상황에서 다이내믹하게 정보를 융합하여 결정을 내릴 만큼 우리 정부의 조직이 통합적(anti silo)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자칫 통행을 저지하면 공권력이 허술한 우리네 실정에서 통행자와 공직의 싸움으로 바뀐다. 그만큼 약한 공권력도 문제이다. 미국처럼 너무 강해도 문제이지만 정확한 정보에 입각해 신속히, 강력히 단속할 공권력도 이젠 필요하다. 이러한 자연재해와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 공권력의 역할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장마와 태풍은 늘 우리가 안고 사는 자연질서 중 하나이다. 성수대교 붕괴로 도로구조물과가 생겼지만 이내 몇 년 가다가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사건이 터지고 무엇을 만드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은 다이내믹해진 기후변화와 환경에 적절치 않다. 결국은 그러한 일련의 결정은 공직이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공직의 쇄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위원회를 새로 만들고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은근슬쩍 사라진다. 사고가 터져 국정조사를 하고 검찰이 수사를 하고 온갖 야단법석을 떨어놓고도 몇 년 후에는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다. 국무총리가 직접 화장실을 청소하는 모습은 마음이 짠했다. 이것이 쇄신과 변화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솔직히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는 의심이 든다.
이런 임기응변보다는 공직 프로세스의 변화가 필요하다. 고시제도 등 선발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고 공직을 제대로 대우해주어 자존을 지키며 어려운 시기에 손수 나서게 할 필요도 있다. 한때 공직을 열망하던 세대에서 요즘은 고시 합격 후 공직을 떠나는 세대로 바뀌었다. 그 정도 대가와 무거운 책임, 단조로움은 못 견디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총리 연봉이 30억원이다. 웬만한 민간 기업보다 높은 연봉을 공직에 제공한다. 그만큼 깨어 있고, 부지런히 국민을 위해 리드하고 앞장서란 이야기이다. 내가 보직에 있을 때 사고가 안 일어나면 되지 하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 지하도로에 차를 몰고 가다 사망하거나 또 다른 빛바랜 잼버리 대회 운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공직에 대한 전방위 전면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최기주 아주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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