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광복군' 김준엽 탄생 100주년
강제 징집후 탈출해 광복군
장준하 등과 진공작전 준비
해방후 고대에서 인재양성
5공과 각 세우며 학생 보호한
'영원한 총장', '지식인의 표상'
올해는 '마지막 광복군' '영원한 총장' '장준하의 동지' '장정(長征)의 저자'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1923~2011·사진)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고려대(총장 김동원)는 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제9대 고려대 총장을 역임한 김준엽 전 총장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이달 25일부터 31일까지 '김준엽 주간' 행사를 개최한다고 14일 밝혔다.
김 전 총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학병으로 징집됐으나 탈출한 뒤 광복군에 참여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그는 회고록(장정)에서 같은 조선인 출신 학병 장준하와 합류해 수천 리를 걸어 중국 충칭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까지 찾아갔다고 썼다. 이범석 장군의 부관이 되어 독립운동을 전개했고 장준하 등과 국내 진공 작전을 준비했다. 이 작전은 일제의 무조건 항복으로 실행되지는 못했다.
해방 후엔 고려대 사학과 교수 및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을 지내며 국내 최고 공산주의 연구자로 활약했다. 1982년 고려대 총장으로 임명된 후 교육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고려대의 대내외적 위상을 드높였다. 대학에서 소요가 빈발하던 당시 5공화국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학생들을 보호하다 결국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1985년 2월 졸업식 축사를 끝으로 김 전 총장은 학교를 떠났는데 정권 차원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졸업식 당일 총장 퇴진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총장님 힘내세요"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진을 치는 풍경이 연출됐다. 훗날 김 전 총장은 이를 가장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꼽기도 했다. "총장 물러가라는 데모는 많았어도 물러나지 말라는 데모는 나밖에 없었다"고 뿌듯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여러 정권으로부터 국무총리 등 공직을 제안받았으나 끝까지 학자의 길을 간 그를 고려대생들은 '영원한 총장'으로 불렀다. 말년에는 5권에 달하는 회고록 '장정'을 집필해 한국 독립운동사와 근현대사에 중요한 기록을 남겼다. 2011년 6월 7일 별세했다. 광복군 시절 공로로 생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고 타계 직후에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다.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탄생 100주년 행사는 오는 25일 고려대박물관에서 열리는 '김준엽 기념 특별전'으로 시작해 고려대 졸업생들이 주관하는 '추모문화제'와 '김준엽과 동아시아사'를 주제로 한 '김준엽 렉처', 국가보훈부에서 후원하는 기념 국제 학술회의 '독립운동의 국가 구상', 대학원생 컬로퀴엄 '1980년대 한국의 대학과 김준엽', 인문학 콘서트 '고려대학교와 김준엽, 그리고 미래의 인문학' 등이 31일까지 이어진다.
주최 측은 2024년 국가보훈부 주관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을 추진하는 등 김준엽 선생 관련 기념 행사를 매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김 전 총장의 손녀인 김현경 씨가 기존에 출간되었던 '장정'의 1·2권 중 광복군으로 활동했던 때까지의 기록을 발췌하여 단권화하고 편집하여 '장정-나의 광복군 시절'(아연출판부 펴냄)이란 제목으로 개정판을 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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