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석에게서 조시 베켓이 보였다" 다저스, 출혈 감수한 애정 공세
미국 메이저 리그(MLB) LA 다저스의 존 디블 태평양 지역 스카우팅 디렉터가 '고교 최대어' 우완 투수 장현석(19)의 영입 배경을 전했다.
마산 용산고 출신인 장현석은 초고교급 투수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190cm·90kg의 다부진 체격을 갖춘 그는 최고 시속 157km의 강속구를 던지고,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 구사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고교 무대에서 장현석은 9경기(29이닝)에 등판해 3승(무패) 평균자책점 0.93 탈삼진 52개 등으로 펄펄 날았다. 특히 최근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팀은 8강에서 탈락했지만 장현석은 2경기(10이닝)에 나서 20탈삼진 무실점으로 쾌투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장현석에게 관심을 보인 다수의 메이저 리그 구단 중 다저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영입을 시도했다. 국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내지 않은 장현석은 결국 지난 9일 다저스와 90만 달러(약 11억 8500만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존 디블 디렉터는 14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장현석의 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그는 장현석에게 등번호 18번이 적힌 유니폼과 모자를 건네며 입단을 축하했다.
이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선 존 디블 디렉터는 장현석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2020년부터 장현석을 지켜보기 시작했다"면서 "7명의 스카우트가 꾸준히 관찰하면서 재능을 확인했고, 계약을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저스는 장현석을 향한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쳤다. 장현석을 영입하기 위해 앞서 유망주 트레이드를 단행할 정도였다. 보너스 풀을 확보하기 위해 투수 알드린 바티스타와 막시모 마르티네스를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보낸 것.
국제 아마추어 보너스 풀은 메이저 리그 각 구단에 할당되는 국제 선수 계약 총액 상한선이다. 구단 규모 등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데 다저스의 보너스 풀은 414만 4000달러(약 54억 7000만 원)로 메이저 리그 30개 구단 중 텍사스 레인저스와 함께 가장 적다. 최근에는 보너스 풀이 6500만 달러(약 859만 원)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유망주 트레이드를 단행해 보너스 풀을 마련할 정도로 장현석을 영입하려는 다저스의 의지는 강했다. 존 디블 디렉터는 "많은 스카우트들이 장현석을 관찰했기 때문에 확신이 있었다"면서 "트레이드를 통해 보너스 풀을 확보하고자 노력했고, 장현석에게 계약금을 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현석의 계약을 맡은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는 "2017년 보너스 풀이 도입된 이후 국제 계약이 굉장히 복잡해졌다"면서 "다저스에게 보너스 풀이 남지 않은 걸로 알고 있었는데, 오퍼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의문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다저스가 트레이드를 통해 보너스 풀을 확보하면서 약속을 지켜 좋은 계약을 할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저스는 장현석의 어떤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영입을 감행한 걸까. 존 디블 디렉터는 "구속, 변화구 구사 능력을 당연히 보겠지만, 그 중에서도 한 가지를 꼽자면 승부욕, 경쟁심, 투지 등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면서 "장현석이 그런 부분에서 특출나다는 걸 볼 수 있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장현석의 계약 전 마지막 경기인 청룡기 8강 장충고전을 지켜본 존 디블 디렉터는 "무조건 이 상황을 막야야겠다는 모습이 보였다. 구종을 섞어 던지면서 삼진을 잡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떠올렸다. 장현석은 이날 삼진을 무려 14개 잡아내는 등 6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어 "장현석과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야구에 대한 호기심과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구단과 좋은 시너지를 이룰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존 디블 디렉터는 장현석을 보고 월드 시리즈 MVP(최우수 선수) 출신 조시 베켓(43)이 떠올랐다. 그는 "스카우팅 디렉터로 일하기 전 마이너 리그에서 감독 생활을 했고, 함께했던 투수 중 베켓도 있었다"면서 "장현석이 커브를 던지는 모습을 보면 베켓과 비슷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베켓은 메이저 리그 통산 335경기에 출전해 138승 106패 평균자책점 3.88의 성적을 거둔 전설적인 투수다.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견인했고 올스타 선정 3회, 2003년 월드 시리즈 MVP, 2007년 아메리칸 리그 다승왕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존 디블 디렉터는 장현석이 베켓처럼 뛰어난 투수가 될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용마고에서 등번호 19번을 달고 뛴 장현석은 18번이 적힌 다저스 유니폼을 받았다. 장현석은 "내가 번호를 정한 게 아니다"고 말했는데, 존 디블 디렉터는 "시간이 촉박해서 빨리 유니폼을 준비해야 했다"면서 "아시아의 정상급 선수들이 사용한 번호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8번은 마쓰자카 다이스케, 마에다 겐타, 구로다 히로키, 이와쿠마 히사시 등 일본인 투수들이 메이저 리그에 진출하면서 달았던 번호다.
다저스는 투수 유망주 육성에 능한 팀으로 유명하다. 워커 뷸러, 훌리오 우리아스, 더스틴 메이, 토니 곤솔린, 바비 밀러 등을 빅 리그 투수로 키운 바 있다. 다저스의 이런 점에 매료된 장현석은 "투수를 가장 잘 키운다고 알려져서 (이적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다저스의 투수 육성 비결에 대해 물었는데, 존 디블 디렉터는 "코치님들이 워낙 뛰어나신 분이라 어떤 선수를 데려와도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장현석에게 구단의 육성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을 때 굉장히 놀랐던 것 같다"고 웃었다.
장현석을 빅 리그 투수로 키우기 위한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존 디블 디렉터는 "장현석의 컨디션를 파악하는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비자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 팀 훈련 합류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 장현석은 현재 팀에서 보내준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현석의 빅 리그 데뷔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존 디블 디렉터는 "컨디셔닝 코치가 이미 한국에서 장현석의 몸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면서 "완벽하다고 판단될 때부터 준비 과정에 돌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너 리그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장현석은 오는 9월 열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명단에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존 디블 디렉터는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라 추후 WBC 출전 등 구단에서는 선수의 국가대표 차출에 대해 무조건 지지하기로 결정을 한 상태"라고 전했다.
용산=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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