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태양광…불확실성 확대에 어려워진 전력수급
태양광 예측 가능성 높이기 과제…저장장치·송전망 투자 확대 불가피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날씨 상황에 따라 전기 생산량이 크게 변하는 태양광 발전 규모가 빠르게 늘어 전력 수급 관리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태양광 발전의 변동성이 나라 전체의 전력 계통에 끼치는 잠재적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 발전 시설들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쓸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국의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2020년 말 17.5기가와트(GW)에서 지난 6월 말 27GW로 증가했다. 2년 반 사이 대략 원전 10기 설비용량만큼 태양광 발전 시설이 늘어난 것이다.
설비 용량 기준으로 태양광 발전은 이미 전체 원전(24.65GW)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태양광이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따라 예전처럼 전력 수급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태양광을 어떻게 시장으로 끌어당길 것인지, 시장에서 계측이 가능한 자원으로 만들 것이냐에 관해 정책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비중을 높여가는 태양광 발전이 현재 전력 계통 운영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은 기상 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간헐성 때문이다.
올해 태양광 발전 효율이 좋은 봄철의 경우 날씨가 좋은 날과 날씨가 나쁜 날의 오후 1시 기준 태양광 발전 편차가 13GW에 달했다. 날씨 상황에 따라 원전 13기가 동시에 만들 분량의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태양광 발전 설비의 70% 이상이 전력시장 밖에 있어 정확한 발전량을 계측할 수 없다는 점도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력시장에 들어와 정확한 발전량이 파악되는 '시장 참여 태양광' 비중은 28%(7.6GW)에 그친다.
이 밖에 한국전력과 직접 거래하는 '한전 PPA'와 '자가용 태양광'의 비중은 각각 55%(14.7GW), 17%(4.7GW)에 달한다. 전체의 70% 이상인 두 유형의 태양광 발전 시설의 경우 발전량이 계량되지 않아 전력 당국은 설비 용량에 시간대별 발전 효율을 적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발전량을 추정해 관리한다.
정부는 전력 수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비계량 태양광 시설의 시장 편입을 유도하는 등 예측 가능성 강화에 제도 개선의 초점을 맞춰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전력시장에 의무적으로 들어와야 하는 태양광 발전소 규모 기준을 현행 1MW(메가와트)보다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예컨대 기준을 0.5MW로 낮추면 지금보다 더 많은 중소형 태양광 발전 시설들이 전력시장에 들어와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를 받게 된다.
이 밖에 정부는 태양광 발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재생에너지 입찰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발전 하루 전날 미리 전력거래소에서 다음날 생산될 발전량을 예측해 가격을 입찰하게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처럼 발전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를 올해 말 제주에서 먼저 시범 도입하고 이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장기적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전기가 넘치거나 부족할 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확보가 중요해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지난 1월 확정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에서는 2036년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량 비중을 원전(34.6%) 다음으로 높은 30.6%로 제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문제를 잡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자원 들어와야 한다"며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왕성하게 발전할 때 생긴 전력을 필요한 시기로 옮기는 시간 전환과 송배전망을 통해 수요가 많은 곳으로 전기를 보내는 지역 전환 두 가지 유연성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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