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반도체 수성 위한 악전고투 [이재용 사면 1년]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초격차 다짐
2019년 133조원 이어 지난 3월에는 300조원 투자 발표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올 상반기에만 9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25년 만에 감산을 결정하는 등 고난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투자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투자를 통한 기술 확보만이 경쟁력 강화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300조원 투자 발표도 그 연장선상인 셈이다.
광복절 사면으로 복권된 지 나흘 만인 지난해 8월1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첫 대외 행보에 나섰다. 모습으로 드러낸 곳은 경기도 기흥 삼성전자 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이었다.
2028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연구단지를 조성하는 자리에 참석한 이 회장은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면서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의 발언을 놓고 재계에서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상징적인 곳을 첫 현장 경영 장소로 선택함으로써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 아니겠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밝히며 '기술'을 통한 초격차를 다시금 강조했다.
기술력 확보에 대한 절실함은 지난해 6월 유럽 출장 이후 더욱 공고해졌다는 것이 재계의 시선이다. 당시 이 회장은 11박12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우리가 할 일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밝힌 것이다. 평소 출장 귀국길에 "수고하십니다" 정도의 발언만 꺼냈던 점과 비교하면 급변하는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온 작심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시스템반도체 투자에 사활…여전히 갈 길은 멀다
'기술을 중시한 선행 투자'의 결과물은 지난 3월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2043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기흥·화성·평택·이천 등 반도체 생산단지와 인근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등을 연계해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앞서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서다. 아울러 시장 규모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150조원)의 세 배가 넘는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실적이 곤두박질친 데에도 메모리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컸다. 특히 D램과 낸드의 수요급감은 14년 만에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유였다. 올 상반기 반도체 적자 규모는 9조원에 육박한다.
'반도체 비전 2030'를 발표한지 4년이 넘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의 점유율은 여전히 공고한 상황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SMC의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60.1%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12.4%로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성패는 투자를 통한 기술 개발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상반기 시설투자 25조3000억원 중 반도체 부문이 23조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아울러 TSMC보다 한발 앞서 3나노 공정에 성공했고, 세계 최초로 GAA 공법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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