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초장기 침체' 갈림길에 섰다···2년 연속 1%대 저성장 위기
성장률,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쳐
"저출산·고령화 구조적 요인 발목"
씨티·JP모건·UBS 더딘회복 전망
이창용 "이미 장기 저성장에 진입"
세수 부족에 재정·통화정책 한계
기대했던 유커효과도 제한적일듯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전망한 한국 성장률 평균치가 올해와 내년 등 2년 연속 잠재성장률(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으로 완전히 진입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황 개선 등 경기 순환적 요인으로 경제가 일시적으로 회복하더라도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만큼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본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이미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 구조에 와 있다”고 한 발언대로 일본이 앞서 겪었던 잃어버린 20년, 30년 등과 같은 초장기 침체로 진입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글로벌 IB의 전망대로 올해 성장률이 1.1%, 내년에는 1.9%로 나타난다면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별다른 위기도 없이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이 이어지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석유파동이 있던 1980년(-1.6%),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0.8%), 코로나19 위기(-0.7%) 등 경제가 뒷걸음친 이듬해에는 4~7%대 성장률로 반등하며 경제가 회복됐다.
글로벌 IB 중에서는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2%대로 반등할 것으로 보는 기관보다 1%대에 머물 것으로 보는 기관이 더 많다. 골드만삭스(2.6%), 바클레이스(2.3%),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2.2%) 등은 경기 반등을 예상했으나 씨티·JP모건(1.8%), UBS(1.7%), HSBC(1.6%), 노무라(1.5%) 등은 더딘 회복을 전망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한은은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가 회복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이다 내년에는 성장률이 2%대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로 예상했다. 이달 수정 경제 전망을 앞둔 한은도 올 5월에 내년 성장률을 2.3%로 제시했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하반기 회복마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은 내수 회복이 더딘데 수출마저 둔화하면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7월 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5% 감소하면서 시장 예상치(-12.5%)보다 크게 위축된 상태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까지 상승하면서 다시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중국에 의존해 성장했던 과거 방식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경기 침체 국면에는 정부가 나서서 성장률을 끌어올리지만 세수 부족 등으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40조 원이나 덜 걷히면서 정부 지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정부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0.3%포인트, 2분기 -0.5%포인트로 민간 성장 기여도 0.6%포인트, 1.1%포인트를 절반이나 깎아 먹었다. 근원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가계부채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금리를 내리는 등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할 수도 없다. 기준금리가 긴축 수준인 3.5%로 오랫동안 이어진다면 경제 전반에 주는 부담 또한 점차 커지게 된다.
그나마 기댈 수 있는 것은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탄탄하다는 것과 중국이 단체 관광을 허용했다는 정도다. 이날 씨티는 중국의 한국행 단체 관광이 정상화될 경우 연간 성장률을 0.1~0.15%포인트 올리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항공편이 제한돼 중국 관광객이 국내에 유입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내국인을 감안하면 성장 기여도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기가 개선되더라도 중국과 단절이 진행돼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올해보다 내년이 더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분절화, 탈탄소 등 세계 통상·교역 질서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신성장 동력도 확보하지 못한다면 저성장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김현상 기자 kim0123@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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