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일 만의 선발승…류현진이 돌아왔다
444일을 기다려 따낸 승리는 달콤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1년3개월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류현진에게는 '1승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준 뜻깊은 승리였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MLB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타선도 함께 폭발한 토론토가 컵스를 11대4로 제압하면서 류현진은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5이닝 6피안타 2실점) 이후 444일 만의 승리였다. 이날 기록한 2실점 모두 비자책이어서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도 4.00에서 2.57로 낮아졌다.
토론토 구단은 경기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활짝 웃는 류현진의 모습과 함께 "444일 동안 인내와 노고가 있었다. 승리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랜만에 다시 승리 투수가 되기까지 힘겨운 시간이 이어졌다. 지난해 6월 토미 존 서저리(왼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1년 넘게 재활한 그는 지난 2일 볼티모어전으로 MLB 복귀전을 치렀다. 기대보다 걱정이 더 많았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긴 재활을 거쳐 빅리그 마운드에서 성공할지 불투명했다.
복귀 후에도 쉽지 않았다. 지난 8일 클리블랜드전에서 상대 선수가 친 강습 타구에 오른쪽 무릎 부위를 맞아 또 한 번 부상 우려가 제기됐다. 다행히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고 복귀 후 세 번째 경기였던 컵스전에 등판했다. 그리고 5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고 값진 승리를 따냈다.
류현진은 이날 공 86개를 던졌다. 제구가 잘됐다. 최고 시속 91.1마일(147㎞)을 기록했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으로 삼진 3개를 모두 잡았다. 1회 초 볼넷과 1루수 실책에 이어 댄스비 스완슨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지만 이후 컵스 타선을 잠재웠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은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았다"면서 "수술 전에 했던 모든 것을 복귀 후 세 번의 등판에서 하고 있다. 그의 나이(36세)를 고려하면 믿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적장' 데이비스 로스 컵스 감독도 "리드를 뺏기면 대량 득점을 얻어내기 어려운 투수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류현진은 이번 승리로 한국인 MLB 최고령 선발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36세4개월20일에 선발승을 추가해 2009년 5월 박찬호가 세웠던 한국인 MLB 최고령 선발승 기록(35세10개월13일)을 경신했다. 류현진 스스로도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었다. 그는 "지난 경기부터 모든 구종의 제구가 예전처럼 잘됐다. 내가 원하는 지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MLB에 복귀한 류현진은 향후 토론토 선발진에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컵스전을 끝으로 17연전을 마친 토론토는 6선발에서 5선발 체제로 재편했다. 복귀 후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2.57로 호투를 이어간 류현진은 토론토 선발진에 잔류했다. 토론토는 MLB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을 펼쳐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선발 투수 자원 중에 베테랑급인 류현진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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