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행' 책임 떠넘기는 文의 후안무치 [사설]

2023. 8. 14.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3일 페이스북에 "잼버리 대회로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며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 됐다.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고 했다. 여권에서 대회 파행을 놓고 문 정권 책임론을 제기하자, 윤석열 정부의 준비 부실을 지적하며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전 정권 5년간의 준비 소홀에는 입을 닫고 현 정부에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태다.

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잼버리 대회를 유치한 뒤 5년간 용지 매립·배수 등 기반시설과 편의시설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 조직위도 3년이 지난 2020년 7월 출범했다. 그러다 보니 작년 8월 기반시설 공정률이 37%에 그쳤다. 게다가 총사업비 1171억원 중 야영지 조성에는 고작 130억원(11%)만 투입됐다. 당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공동조직위원장이었지만 한 차례도 새만금을 찾지 않았다. 배수와 폭염 문제 등도 지적됐지만 문 정부는 특별법 제정 등 예산 지원만 했을 뿐 관리감독은 등한시했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정부지원위원회'도 발족됐으나 2021년 7월 한 차례만 열렸고 1년 넘게 가동이 중단됐다. 이처럼 문 정권 5년간 허송세월해놓고 이제 와 윤 정부를 향해 '준비 부족' 운운하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멀쩡한 매립지를 놔두고 펄밭을 야영장으로 정해 졸속 공사를 추진한 전북도의 책임도 무겁다. 집행위원장인 전·현직 전북도지사는 "새만금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행사를 유치하더니, 정작 신공항 등 대규모 SOC 예산을 따내는 데 골몰했고, 전북도와 부안군 100여 명 공무원들은 외유성 해외 출장에 나섰다. 게다가 조직위와 전북도는 민주당 간부가 대표인 회사에 일감 24억원치를 몰아주고 수십억 원 기반시설공사도 지역 영세업체에 맡긴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김관영 현 지사가 14일 "대회를 성공시키지 못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사죄드린다"고 했지만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제라도 부실 준비와 부조리에 대한 감사와 수사를 통해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히 가려야 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