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대 저성장 고착화 경고한 해외IB, 연작처당 걱정된다 [사설]
JP모건과 HSBC 등 8개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이 예측한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치가 1.9%에 그쳤다. 올해 기껏 1.4% 성장(정부 전망치)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성장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2년 연속 1%대 성장은 성장률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54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내년에 1%대 성장이 현실화하면 사상 처음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 내수는 계속 얼어붙을 것이다. 청년은 구직난에 고통받고 영세 상공인은 불황 속에서 허우적댈 것이다. 올해와 내년이 일본식 장기불황의 초입일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 가계, 기업에서는 그에 걸맞은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0.9%에 그쳤지만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안이한 생각이다. 그 근거가 됐던 중국의 경제 재개 효과는 이미 물 건너갔다. 중국은 오히려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국면이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60달러대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80달러대로 올라섰다.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도 작년 10월 이후 매달 감소했다. 대외여건 악화로 한국 경제에 태풍이 부는데, 수출이라는 주춧돌은 갈수록 허약해지는 상황이다. 이를 직시하지 않고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건 집에 불이 나 추녀를 태우는데도 제비와 참새처럼 처마에 앉아 안심하고 있다는 '연작처당(燕雀處堂)'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지금 상황에서 믿을 건 기업뿐이다. 가계와 정부는 빚에 허덕이고 있어 추가로 돈 쓸 여력이 없다.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에 달해 주요 43개국 중 3위다. 세수 펑크 속에 정부 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올해 벌써 한국은행에서 일시대출금 형태로 100조원의 마이너스 통장을 끌어다 썼다. 결국 기업이 신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확 풀고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것 외에는 경제를 살릴 방법이 없다. 그래야만 저성장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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