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초에 1㎞씩 번져"…하와이 최악 산불, 관광객과 숙소 쟁탈전
하와이 산불이 100여년 만에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가운데, 조쉬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분에 1마일(약 1.6킬로미터)씩 불길이 번졌다"며 마우이섬이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불길이 1킬로미터(㎞) 나아가는 데 37.5초가량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그린 주지사가 언급한 화염 허리케인은 하와이 주변에 나타난 특이한 기후조건의 결과다. 하와이 북단에 고기압이, 남단에 태풍 도라로 인한 저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기압차가 커져 돌풍이 발생했다. 이 돌풍이 마우이섬 동쪽 산을 타고 넘으면서 한껏 건조해진 상태로 서쪽에 불어닥쳐 산불을 부채질했다는 것. 늦봄쯤 한국에서 부는 높새바람과 같은 원리다. 이로 인해 발생한 돌풍 속도는 마우이 기준 시속 67마일(107킬로미터), 호놀룰루 기준 시속 82마일(131킬로미터)에 달했다고 한다.
2018년 하와이에 주둔한 미군까지 대피시켰던 허리케인 레인이 마우이와 오하우에 높새바람을 만들어 산불이 다수 발생했었다고 WP는 전했다. 여기에 마우이섬에 외래종 잔디가 퍼지면서 수개월간 지속된 가뭄이 이번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미국 소방안전협회 조사에 따르면 이번 마우이섬 산불은 1918년 미네소타에서 발생해 453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네소타주 클로켓 산불 이후 약 100년 만에 미국 내 최악의 피해를 남겼다. 그린 주지사는 "우리가 마주한 자연재해 중 최대 규모"라며 "회복하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메이지 히로노 하와이주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은 완전히 불타버렸다"며 "산불로 생긴 재가 해안 쪽으로 날아가 해안지역에서도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어 "라하이나는 하와이 왕국의 씨앗이자 수도였던 곳으로 150년 수령의 반얀트리를 포함해 수많은 유적이 있다"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라하이나 지역에 거주하다 12시간 걸려 가족과 함께 주변으로 대피했다는 마이크 시치노는 CNN 인터뷰에서 "거주시설이 부족하다. (산불을 피하려고) 악몽을 지나왔는데 길바닥에 나앉지 않으려면 또 다른 악몽을 지나야 한다"며 "이런 말하기는 싫지만 관광객 출입을 잠시라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민들이 머무를 곳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린 주지사는 "연방기관들과 협력해 임시숙소 1000곳을 마련했다. 모든 비용은 연방비상관리국(FEMA)에서 지불할 것"이라며 장기 거주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경보 시스템이 제때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온다. 애덤 와인트라웁 하와이 비상관리국 대변인은 "우리 기록에 따르면 주 정부나 마우이 카운티 당국 누구도 사이렌을 작동시키려 시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와이 비상관리국은 휴대전화, 텔레비전, 라디오 등으로 산불 발생을 알렸다고 해명했지만 전기와 통신이 끊기면서 이마저도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하와이 주 검찰이 산불 대응 전반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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