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장서 16년간 사자 키워?…개인이 맹수 못키우도록 법 고쳐야"

정우용 기자 2023. 8. 1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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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관리 동물원서도 '맹수 탈출' 발생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옥계농장서 탈출했다 사살된 암사자가 사육됐던 우리 2023.8.14/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대구·고령=뉴스1) 정우용 기자 = 경북 고령군의 한 사설 농장에서 암사자가 우리를 탈출해 주민들이 공포에 떠는 등 소동이 벌어지자 "사자 등 맹수를 개인이나 민간에서 키울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오전 7시20분쯤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의 한 사설 농장에서 20살 정도된 암사자 1마리가 우리를 탈출했다가 1시간10분 만에 사살됐다.

사자가 탈출한 농장은 개인이 운영하다 모 종교단체에서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육 농장주는 환경당국에 신고한 후 적법 절차를 거쳐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사자가 탈출하자 농장주는 112에 신고한 뒤 마을 이장에게 알려 주민들의 긴급 대피를 요청했고, 고령군은 재난안전문자를 보내 사자가 우리를 탈출한 사실을 알렸다.

재난안전문자는 고령군 전역과 인근 성주군, 대구 달성군 화원·논공·옥포, 경남 합천군과 거창군 등지에 송출됐다.

농장은 해발 355m에 위치해 있으며, 마을에서 2㎞ 가량 임도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사고 발생 당시 이 농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캠핑장이 있는데, 15동의 텐트에서 70여명이 머물고 있었다.

사고가 나자 마을 이장은 캠핑장에 연락해 긴급 대피할 것을 요청했고, 오전 7시40분부터 캠핑객들이 차량을 이용해 인근 마을회관으로 피신했다.

다행히 사자는 목장 인근에서 이동하지 않고 있다가 경찰과 구조당국에 사살됐고, 마을회관으로 피신했던 캠핑객들은 이날 오전 8시40분쯤 캠핑장으로 복귀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맹수를 개인이 키울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야생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 2급인 사자는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친 뒤 환경당국에서 허가를 받으면 개인이나 민간이 사육할 수 있다.

사육장과 방사장은 마리당 14㎡ 면적과 2.5m 높이의 펜스를 갖춰야 한다. 사육 신청이 들어오면 담당 직원이 현장을 점검한 후 허가를 내주게 돼 있다.

이후 환경당국은 1년에 한두차례 사육시설을 점검한다.

하지만 맹수를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동물원에서도 맹수 탈출 사건이 그동안 몇차례 있었다.

2018년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다가 사살됐으며, 2016년 대전의 사설 동물원에서 새끼 반달곰 1마리가 탈출했고,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죽이는 사고도 발생했다.

전문적인 관리사와 사육사가 있는 동물원에서도 맹수가 탈출하는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는데, 1년에 한두차례 시설점검만 하는 민간시설에서 맹수를 사육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맹수보호시설 요건을 강화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마저도 '사육 당사자가 안전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조항만 있을 뿐이다.

그나마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아닌 시설에서 야생동물의 전시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자를 키우는 것도 모르고 지내왔는데 갑자기 사자가 탈출했다는 재난문자를 받고 어리둥절했다"며 "사자나 호랑이 등 맹수를 개인이 키우도록 허용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개인이 맹수를 키울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오전 경북 고령군 옥계농장서 탈출했다 사살된 암사자가 사육됐던 우리 2023.8.14/뉴스1 ⓒ News1 정우용 기자

멸종위기종을 관리하는 환경당국이 지자체에 관련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 것도 논란이다.

이날 농장 우리에서 탈출했다 사살된 암사자가 16년 동안 민가에서 사육되고 있었지만 고령군과 인근 동네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군 관계자는 "멸종위기종은 환경당국이 관리하며, 사자 등 맹수의 관리도 지방자치단체에는 권한이 없다"며 "지금까지 환경당국으로부터 사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농장에서 사자를 키우는지 알았다"며 "환경당국이 지자체에 통보를 해 주던지, 사육시설에 대해 지자체와 합동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간이 맹수를 사육하고 있는데 허가권을 가진 환경당국이 관리만 할 뿐 지자체에는 이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날 사자가 탈출한 농장 인근의 주민들은 "개인이 16년 동안 사자를 사육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적법하게 사육한다면 '맹수가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는 알려줘야 하는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주민 김모씨는 "집에서 맹견을 키워도 대문 앞에 '개조심'이라고 써붙여 경고를 하는데 맹수를 키우면서 아무 말도 안해주는 것은 주민들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맹수 등 사자를 적법하게 신고하면 개인이 키울 수 있는데, 환경당국이 지자체에 통보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위험성이 있는 맹수가 사육되고 있으면 강제조항이 없더라도 환경당국이 지자체에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공문 하나 보내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우냐"고 했다.

14일 경북 고령군의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1마리가 1시간10분 만에 사살됐다. 이날 소방 당국 등은 합동 수색을 하던 도중 탈출한 목장 인근 4~5m 지점 숲속에서 암사자를 발견했다. 수색에 투입된 엽사와 경찰, 소방 당국은 인명피해를 우려해 '사살 포획'하기로 협의하고 현장에서 사살해 유관기관에 인계했다.(경북소방본부 제공)2023.8.14/뉴스1

news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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