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지출' 유혹 견뎌야 할 '예산 다이어트'
"내년 예산을 덜 늘린다니까 솔직히 걱정되죠. 지금 저희에겐 내년 상반기 선거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을 올해보다 3% 수준만 올리기로 했다는 내용이 알려진 이후 한 국회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금이 생각보다 잘 걷히지 않자 정부는 지출 증가폭을 확 줄이기로 가닥을 잡았는데, 정치권에서는 벌써 반발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출 다이어트' 방침에 대한 국회의 반응이 좋지 않은 건 총선이 8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구에 최대한 많은 예산을 끌어와야 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게 지역구 의원들의 생각이다.
지역구 의원들의 SOC 예산 확보전은 매년 예산 심사 때마다 반복돼왔다. 올해 예산의 경우 지난해 말 국회 심사를 거치면서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와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로 분류되는 도로·철도·공항 관련 사업 가운데 60개 이상이 정부안보다 증액됐다. 대화 내용이 기록되지 않는 소소위 논의를 통한 개별 사업의 '깜깜이' 증액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SOC 설치를 통한 지역 발전, 듣기 좋은 말이다. 하지만 실현 수단이 지역예산 대폭 증액이라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세수가 모자라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40조원 가까이 줄었다. 정부가 재정준칙 통과에 열을 올리는 것도 세수 부족으로 점점 커지는 재정의 구멍을 막아보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준칙 도입을 명시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회에 잠들어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수 펑크' '나라 살림 적자' 같은 제목을 단 기사가 포털 사이트를 장식한다. 이제 국민들도 정부 곳간 상황이 어렵다는 건 충분히 안다. 무턱대고 자기 지역 안위만 챙기려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거란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예산을 따오겠다는 목소리만 이어간다면, 선거에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희조 경제부 lee.heej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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