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여자야구 대표팀, ‘최강’ 코치진과 작별 [야구월드컵]

황혜정 2023. 8. 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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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코치진. (왼쪽부터) 양상문 감독, 정근우·허일상·유원상 코치. 이동현 코치는 불펜 피칭장에서 선수들의 투구를 보느라 사진에서 빠졌다. 선더베이(캐나다)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선더베이(캐나다)=황혜정기자] “저한테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추억도 많이 쌓았고, 저도 배워갔던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의 도전을 잠시 멈추고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대표팀은 지난 5월 말 ‘2023 여자야구 아시안컵(BFA)’, 8월 초 ‘2024 여자야구 월드컵(WBSC)’ 예선을 연이어 치렀다. 이 순간 함께한 건 양상문 감독과 정근우·허일상·이동현 코치와 월드컵부터 합류한 유원상 코치였다.

양 감독과 정근우·허일상·이동현 그리고 개인사정으로 월드컵에 참석하지 않은 정용운 코치는 지난 2월 말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해 직접 20명의 선수들을 선발했다.

이 선수들을 이끌고 ‘아시안컵’에서 일본, 대만에 이어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 결과 캐나다 선더베이에서 열리는 ‘월드컵 예선’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대표팀은 월드컵 예선에서 ‘세계의 벽’을 느끼며 5전 전패를 기록,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최강’ 코치진과도 이 시간부로 작별한다.

여자야구 대표팀 양상문 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선더베이(캐나다)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지난해 12월 대표팀 감독직을 결심하고 KBO리그 스타 선수 출신 코치진을 모아 ‘양상문 사단’을 결성한 양 감독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각계 각층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캐나다까지 올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해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렇게 큰 대회에서 나와 세계적인 선수들과 맞붙은 경험을 쌓은 것만 하더라도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그래도 선수들이 첫 경기(홍콩전)부터 마지막 경기(캐나다전)까지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앞으로 우리 국민들께서 여자야구에 대한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한다”며 마지막까지 여자야구 발전을 위해 관심을 당부했다.

정근우 코치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선더베이(캐나다)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수석코치 겸 야수코치였던 정근우 코치는 “지난 6개월 동안 선수들과 정말 좋은 시간 보냈다. 내게도 좋은 경험이었고, 많은 추억을 만들어간다. 선수들에 내가 오히려 많이 배웠고, 이 시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허일상 코치가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선더베이(캐나다)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배터리 코치로 경기 내내 투수와 포수의 볼배합 작전을 짠 허일상 코치는 “너무 시원섭섭하다. 시원한 것보다는 섭섭함이다. 너무 안타깝고 아쉽고, 이번 월드컵에서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얻어가는 게 많았다. 선수들이 열정을 다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내 야구인생도 크게 변할 것 같다. 더 열심히 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동현 코치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선더베이(캐나다)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투수 코치였던 이동현 코치는 “아까부터 계속 울었다. 미안함이 크다. 선수들이 잘 따라와줘서 참 고맙다. 마지막 경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다. 나에게도 정말 큰 인생의 교훈이었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께서 여자야구에 대한 관심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원상 코치가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선더베이(캐나다) | 황혜정기자. et16@sportsseoul.com


월드컵부터 투수 코치로 합류한 유원상 코치는 “많이 아쉽다. 내가 더 도움을 많이 줬어야 했는데, 1승도 못하고 가서 미안하다. ‘여자야구’라는 세계를 이번에 처음 경험하게 됐다. 이렇게 열정을 갖고 야구하는 친구들을 보며 스스로 많은 것을 느꼈다. 경기가 끝나니 서운하기도 하다. 좋은 친구들과 많은 추억 나누고 배우고, 참 감사하다”고 했다.

마지막 경기 종료 후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한자리에 모여 서로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 시간에 선수단은 물론 양상문 감독과 코치진들도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한 존재였다. 선수단은 프로야구 스타 출신 선수들의 지도를 받으며 ‘배움에 대한 갈망’을 조금이나마 충족했다.

선수들은 매번 입을 모아 “디테일이 다르다. 코치님들이 ‘이거를 이렇게 해봐’라고 무심코 던진 말도 그대로 믿고 하면 바로 야구가 잘 된다”며 놀라워했다. 코치진도 여자야구 선수들의 열정을 보고 매번 감명을 받는다. 이들이 교통비 정도만 받으면서도 6개월 넘게 대표팀 훈련에 매주 참석해 열정적으로 지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들의 동행은 캐나다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로서의 인연은 끝이지만, 인연은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뜨거웠던 여름을 함께한 이들에게 모든 날, 모든 순간의 기억은 영원하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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