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분기 정부 소비 ‘역대급’ 감소에 KDI도 정부 지출 전망치 대폭 하향조정···서민 삶 팍팍해지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정부 소비가 전년 대비 1.9%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3.2%)에서 석달만에 1.3%포인트 낮췄다. KDI는 2분기 정부 소비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2분기 정부소비의 전분기 대비 감소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컸다. 정부 소비가 급감하면 불황기에는 경기위축이 심해질 수 있다. 또 개별 시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복지, 행정, 공공서비스 부담이 커진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KDI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KDI는 지난 10일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정부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상반기 2.9%, 하반기 1.1% 증가해 연간 1.9%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KDI는 지난 5월 경제 전망 당시 정부 소비가 연간 3.2%(상반기 3.8%·하반기 2.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3달만에 증가율을 1.3%포인트 낮췄다.
정부 소비는 재정 집행과 사회보장현물 수혜로 구분된다. 재정 집행은 정부가 예산안대로 돈을 쓴 것, 사회보장 현물 수혜는 정부가 건강보험 급여 등에 건보 재정을 쓴 것을 말한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록 정부 소비도 비례해 늘어난다.
KDI는 지난 2분기 정부 소비가 이례적으로 큰 폭 감소한 것을 사후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정부 소비는 전분기 대비 1.9% 줄었는데, 1997년 1분기(-2.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2분기에 코로나19 관련 건강보험 급여 지출이 크게 깎인 것이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지원금 특례가 4월부터 종료돼 관련 건강보험 지출이 확 줄어든 일시 요인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에 세금까지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서 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 흐름 속에 예산 사용이 제약을 받으면서 각종 복지·교육·공공사업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소비가 줄어들면 가계의 지출 부담은 늘어난다. 당장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사실상 폐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민간 의료 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0월부터 단순 두통 탓에 찍은 뇌·뇌혈관 자기공명영상(MRI)에는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재정 투입을 최소화하되 민간 경제를 살려서 경제활력을 높인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미미하면서 ‘상저하고’는 어렵다는 전망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곳간 문을 더 걸어잠근다면 오히려 민간 경제 활력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KDI는 지난 10일 “세입 여건 악화 등으로 재정 지출이 계획된 수준을 하회할 경우 일시적으로 국내 수요가 다소 제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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