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찰 책임자, ‘짜고 친 듯’ 상고 취하→형 확정→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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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래 세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문재인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밀을 누설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과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던 소강원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 등 불과 몇 개월 전 유죄 확정을 받은 이들이 사면 명단에 포함되면서,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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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래 세번째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문재인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밀을 누설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과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던 소강원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 등 불과 몇 개월 전 유죄 확정을 받은 이들이 사면 명단에 포함됐다. 법치를 강조하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스스로 법치주의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14일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 실시’ 자료를 내고 일반형사범과 경제인, 정치인 등 2176명에 대해 15일자로 특별사면(형선고 실효 및 복권)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사면 대상에는 △정치인 및 전직 고위공직자 7명 △주요 경제인 12명 △기업 임직원 19명 △일반 형사범 2127명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경제살리기에 중점을 둔 특별사면”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날 가장 눈길을 끈 명단은 7명의 정치인과 전직 고위공직자들이었다.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2018년~2019년 청와대 특별감찰반 소속 수사관으로 일하며 공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돼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유죄(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가 확정됐다.
소강원 전 기무사령부 참모장 역시 불과 반년 전인 지난 2월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받았다. 특히 소 전 참모장은 항소심 판결 직후 곧장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돌연 한달 만에 상고를 취하해 지난 2월 형이 확정됐다. 군인권센터는 “윤석열 정부는 (이번 특별사면으로) 이전 정부의 계엄 문건 작성, 세월호 민간인 사찰의 책임을 그대로 계승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상고 취하, 형 확정, 복권까지 반 년도 채 걸리지 않았는데, 이를 우연의 일치로 봐야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장동원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 팀장은 “참담한 마음에 유가족들에게 소 전 참모장 사면을 공지조차 하지 못했다”며 “사찰 책임자 처벌을 계속 외쳐왔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한탄스럽다”고 말했다.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 단체는 판결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단행된 윤석열 정부의 사면을 두고 ‘사면권 남용’이라고 비판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 유죄 판결이 불과 몇달 전이라는 점에서 사법부 판결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김태우 전 구청장의 경우, 법원이 ‘공익적 폭로’를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사면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사면권 남용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법원은 김 전 구청장에 대해 “폭로 동기나 목적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공익적 폭로’라는 김 전 구청장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정부는 “내부고발 사건 일부가 유죄로 확정된 점을 감안해 (김 전 구청장을) 사면했다”고 설명했다.
정태호 경희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역시 “전형적인 사면권 남용이다. 정치적 목적이 읽혀 어떤 사회통합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구청장은 사면발표 직후 “다시 강서구로 돌아가겠다”며 10월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두달 전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도 형선고 실효 및 복권 처분을 받았다. 현재 무소속인 조 전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21대 총선 당시 남양주을 당내 경선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이밖에 이명박 정부 때 지인 업체 등에 약 620억원을 투자하라고 기업을 압박한 혐의로 2018년 징역 5년2개월을 선고받은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복권, 이명박 정부 때 조현오 전 경찰청장 지시로 온라인 댓글 작업을 통한 여론 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6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확정받은 정용선 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형선고실효 및 복권을 두고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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