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스타트업 M&A 되살리려면
고금리 지속 등의 영향으로 잔뜩 움츠러든 인수·합병(M&A) 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걷히고는 있지만 기업과 기관투자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투자 빙하기 속 자금난을 겪고 있는 벤처·스타트업들에 더욱 우울한 소식이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 기관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7조3199억원에서 2조3226억원으로 70% 가까이 급감했다. 투자 건수도 40% 넘게 줄었다.
벤처·스타트업 생태계가 활기를 띠려면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자금의 선순환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회수 시장의 큰 축인 기업공개(IPO)와 M&A 시장이 모두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스타트업들은 생존마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버텨보려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관련 업계에선 M&A 회수 시장이 회복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큰 듯하다. 벤처·스타트업들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과 노하우가 자칫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될지 모를 처지가 안타까울 만하다.
사실 지난 수년간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이 네이버·카카오로 대표되는 대형 플랫폼들이었다. 이들은 풍부한 실탄을 앞세워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잇따라 M&A하며 국내 벤처·스타트업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쪼개기 상장 논란·데이터센터 화재 등 일련의 사태로 대형 플랫폼의 사업 확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시장 분위기는 차갑게 식어버렸다. 이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서 매년 수십 건을 웃돌던 플랫폼 기업의 국내 스타트업 M&A의 씨가 말라버린 탓이다. 여기에는 대형 플랫폼들이 M&A하는 과정에서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깐깐히 하려는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도 한몫했다. 이는 가뜩이나 위축된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과거 중국 문화혁명의 피해자로 고통을 받다가 정권을 잡게 된 덩샤오핑은 자신을 핍박하던 마오쩌둥의 행적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공칠과삼(功七過三)'이란 말을 꺼냈다고 한다. 잘못한 게 삼 할이고 잘한 부분은 칠 할이란 뜻으로 과오는 과오대로 공은 공대로 나눠 봐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마찬가지로 대형 플랫폼들이 단기간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와 부작용은 분명 지적받을 만하다. 하지만 이들이 M&A 시장, 나아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친 순기능 역시 인정해 줄 필요는 있어 보인다.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플랫폼들의 M&A를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의 정부 대처가 능사는 아닌 듯싶다.
[강두순 증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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