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영어도시 송도, 막을 이유가 없다
영국에서 같이 공부했던 콜롬비아 친구가 스페인 여자친구와 결혼해서 스페인 마드리드에 살고 있었다. 한번 놀러 오라고 해서 마드리드에 간 적이 있다. 그 친구와 친구의 아내 이외에는 영어가 통하지 않아 다른 스페인 친구들과는 대화하기 어려웠다. 말이 안 통하고, 표지판도 영어로 쓰여 있지 않으니 나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어려웠다.
인천광역시에 있는 송도는 국제도시다. 송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비롯하여 외국계 기업에 일하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 송도에 있는 아파트 놀이터에 가면 외국인 꼬마들과 주부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그래서 인천광역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를 영어통용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표했을 때 구호뿐인 국제도시 송도를 진정한 국제도시로 만들려나 싶어서 내심 환영했다.
얼마 전 한글단체와 인천 시민사회단체에서 인천광역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추진하는 영어통용도시라는 것이 실체 없는 정책이라며 반발 성명을 냈다. 인천광역시의 정책 설명이 미흡한 것도 문제지만, 이들 단체의 반발 성명도 뜬금없다. 여기는 한국이니까 한글만 써야 한다는 것인가? 이런 단체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영어에 흥미가 있어도 초등학교 입학 후 3학년이 되어야 영어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만일 그 전에 영어를 배우고 싶으면 학원에 가야 하고, 학원 갈 돈이 없는 아이들은 3학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국민의 사교육 부담 경감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국민을 사교육의 늪으로 몰아넣는다.
영어는 장식품이 아니다. 영어는 우리 아이들이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무기이자, 우리나라를 미래사회의 주역으로 만들 지지대이다. 최근 일본에서 연봉 약 3000만원을 받던 스시 요리사가 미국에서 연봉 7억원을 받는다는 기사를 인상 깊게 읽었다.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축구선수 손흥민과 BTS를 상상할 수 있을까. 영어는 장식품이 아니라 무기다. 나의 존재를 알리는 무기. 나의 가치를 알리는 무기. 내가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나의 킬러 무기다.
[정채관 중등영어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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