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바이든의 '중국 말려죽이기'
中에 기술·자금 유입도 막아
내년 대선전 표심잡기 분주
미중 패권전쟁 점점 심해져
그 사이서 선택 강요받는 韓
국익 최우선으로 대비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유타주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중국의 성장률 둔화, 실업률 상승, 고령화를 지적하며 "재깍거리는 시한폭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것은 좋지 않은데 악당은 문제가 생기면 나쁜 짓을 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또 그는 중국의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에 대해 개발도상국을 구속하는 "부채와 올가미"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돌출 발언은 재선 도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2020년 대선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깡패"라고 지목했고 올해 6월에는 "독재자"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고위급 소통을 재개해 상황을 관리하면서도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행사에서는 중국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중국 때리기'는 유권자 표심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에 이어 최근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미국 자본의 대중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 실리콘밸리 기술과 월가 달러의 중국 유입까지 차단하려는 취지다. 여기에 유럽과 한국 등 동맹국의 동참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고사 작전은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폭탄 관세를 던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미·중 관계를 설명하는 용어가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위험 완화)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중국은 미국 마이크론 제품의 중국 판매 금지, 반도체용 희귀 광물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통제에 이어 추가 보복을 시사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비관세 장벽 등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위반 사항을 보고서로 공개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2017년부터 WTO 상소기구 위원 임명을 반대하는 방식으로 무력화시켰다. 지난 20년간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방치한 WTO 중심의 다자무역 체제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패권 전쟁은 진영 간에 블록화 대결 구도를 촉발하고 보호주의를 양산 중이다. 또 장기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상했다. 미국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바이든과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중 강경 노선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중 사이 끼어 있는 한국은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중 관여가 필요하다는 특수성도 있다. 미·중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니라 철저히 관리해야 할 상수인 것이다.
오는 18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역사적 장소인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별도로 처음 열린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경제안보 협의체 구성원으로서 한국 위상 강화와 함께 미·중 사이에서 우리 국익에 우선한 성과물도 기대해본다.
[강계만 워싱턴 특파원] kkm@mk. 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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