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거부할 수 없는’ 자료열람 요청도 거부하고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청문 강행
방송통신위원회는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해임을 위한 청문회를 14일 진행했다. 권 이사장을 해임하는 절차는 이르면 다음 주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지난 2일 권 이사장과 김기중 방문진 이사의 해임 절차를 시작했다. 상임인 권 이사장의 해임 처분 사전통지서는 지난 3일 방문진 사무실에 도착했고, 비상임인 김기중 이사에게는 14일까지 해임 처분 사전통지서가 전달되지 않았다. 방통위는 14일 관보에 “김 이사 해임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통지서 송달이 불가능해, 처분 내용을 공고한다”고 밝혔다. 청문은 다음 달 11일이다.
방통위는 권 이사장이 임원들의 과도한 성과급을 방치하는 등 경영, 관리·감독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검증이 부실했고, 공공기록물 관리법 위반, 감사 방해 등 이유도 들었다.
권 이사장은 이날 경기 과천시 정부 과천 종합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방통위가 ‘일방적인 해임 사유’를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이사장은 “방문진은 MBC 관리 감독을 게을리한 적 없고, MBC는 회계 기준 총 12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라며 “방송의 신뢰도, 선호도, 여론 영향력지수 등에 대한 각종 조사에서 모두 1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청문에 앞서 권 이사장은 방통위에 해임 사유와 관련한 자료 열람을 요구했다. 행정절차법을 보면 청문 당사자는 청문 통지를 하는 날부터 청문이 끝날 때까지 행정청의 청문 관련 사안 조사 결과에 관한 문서와 그 밖에 해당 처분과 관련된 문서 열람을 요청할 수 있고, 행정청은 다른 법령에 따라 공개가 제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
권 이사장은 이에 더해 청문회를 ‘공개 진행’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청문은 당사자가 공개를 신청하거나, 청문 주재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개할 수 있다. 다만, 공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공개하지 않는다.
방통위는 지난 10일 권 이사장의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권 이사장은 “방통위가 내 방어권을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라며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내 사적 이익을 포기하고 청문회 절차를 공개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 요청 마저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청문은 14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했다. 권 이사장 측은 이날 청문에서 재차 청문 공개와 자료 제출, 증거 조사를 요구했고 청문 대표 주재자인 송재원 법무법인 신촌 변호사와 조남대 법무법인 김장리 변호사는 모두 거부했다고 전했다. 권 이사장 측은 청문 주재자들에게 공정한 청문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청문 주재자 기피 신청을 했다. 방통위는 신청 2시간 만에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의 직권으로 이를 기각했다.
권 이사장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청문회가 결론이 정해진 채 이뤄지는 형식 절차에 불과해 참석할 가치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거부하는 것보다 합법적이고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도록 요구하고 협력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오늘 청문 진행 상황을 보니 해임을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참담하게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 해임은 이르면 다음 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오는 16일 위원회가 있으면 14일 정도는 공지가 돼야 한다”라며 “위원회가 따로 공지되지 않아 이번 주는 위원회가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308101704011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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