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이란 동결 자금에서 우리 기업 돈 5천억 원을 남겨뒀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협상이 타결됐단 소식이 지난주 전해졌습니다. 악명 높은 이란의 교도소에 스파이 혐의로 수감돼 있던 미국인들이 교도소에서 나와 가택 연금 상태로 전환됐습니다. 아직 자유의 몸이 된 건 아닙니다. 이란 언론 등에 따르면 미국이 동결시켜 놓은 이란 자금이 풀려야 이들이 이란에서 빠져나와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 중요한데?
국내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 중에는 국내 기업들이 받을 돈이 있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받을 수출 대금이 있었습니다. 미국 제재 때문에 계좌에 있는데도 우리 기업들은 돈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의 협상 타결로 동결이 풀리면서 국내에 있던 이란 자금이 모두 이체되어 버리면, 수출 대금을 회수하기 더 어려워지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우리 정부가 취한 조치는 국내 기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동결된 이란 자금은 대체 뭐고, 여기에 국내 기업의 수출대금이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동결된 이란 자금은 간단히 말하면 '이란 원유 수입 대금'입니다. 우리나라 정유사 중에서 현대 오일뱅크와 sk 이노베이션은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해 왔습니다. 이란은 당연히 원유값을 달러나 유로로 받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2010년부터 미국은 이란에 대해 제재를 해왔습니다. 이란과 교역하거나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강력하게 시행했습니다. 특히, 미국 달러를 금융기관을 통해 이란 측에 주는 것을 강력하게 제재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 이란은 독특한 거래 방식을 도입하기로 합의합니다.
2010년 10월 1일, 이란과 우리나라는 '원화 결제 계좌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달러'를 거치치 않고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란은 석유가 국유화돼 있습니다. 석유를 파는 회사인 '내셔널 이란'도 국영기업입니다. 수입 대금도 이란 중앙은행이 일괄 관리합니다. 그래서 이란은 국내 은행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계좌를 열고 이 계좌를 통해 대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당시 정부 지분이 있던 우리은행과 IBK 기업은행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계좌가 열렸고 이 계좌에 우리 정유사들이 이란에 줘야 할 대금이 '원화'로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이란 입장에서는 '원화'로 계좌에 있는 돈이 고민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달러나 유로로 바꿔서 이란으로 송금받아야 하는데 미국 제재 때문에 여의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찾은 해법이 이란 수출 대금을 이 계좌 돈으로 처리하자는 방안입니다. 국내 은행에 이란 정부의 돈이 쌓여 있으니, 이란이 국내 기업에게 수입하는 물품의 대금을 이 계좌 돈으로 지불하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란 바이어가 국내에 있는 무역회사로부터 휴대폰 10억 원어치를 수입하기로 합니다. 그럼, 이란 바이어는 국내 무역회사에게 지급할 10억 원을 자국 화폐로 이란 은행에 입금합니다. 이란 원유 대금 계좌를 가지고 있는 국내 은행은 이란 은행에 돈이 입금된 걸 확인합니다. 국내 은행은 국내 기업에게 수출대금 10억 원을 원유 수입 계좌에서 빼서 지급합니다. 원유 수입 대금이 있는 국내 계좌에서 돈을 인출해서 국내 기업에게 주는 겁니다.
양국 모두에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란은 한국에서 전자제품과 철강 등을 수입해 왔습니다. 수입하는 데 드는 돈을 원유를 판 돈에서 지급하니 손해 볼 일이 없었습니다. 미국 제재를 피해서 원유도 수출하고, 국내 전자제품 등도 수입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원유는 꼭 수입해야 하는 품목인 데다, 국내 계좌에 국내 기업들의 수출 대금이 쌓여 있는 셈이니 수출대금을 확실히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인식됐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최재영 기자 stillyo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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