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세만금(稅萬金) 돈벌이”···전북 책임몰이

조미덥·이두리 기자 2023. 8. 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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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 대표 “전북 책임이 당론이면 탈당”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강원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기현 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의 책임을 전라북도로 몰아가고 있다. 대회 유치 당시 대통령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정현·이준석 전 대표가 전북에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가선 안된다고 비판하는 등 당내에서도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회의실에서 열린 강원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멀쩡한 장소를 놔두고 다른 꿍꿍이로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없는 뻘밭에 장소를 선정한 데다 중앙정부 예산 떼먹기에 골몰하며 대회 준비를 해외여행 찬스로 이용하고, 방만한 예산 운영으로 정작 대회 준비를 소홀히 해 잼버리를 망친 주범이 누구인지 다 아는데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가”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전북과 문재인 정부에 파행의 책임을 돌린 것이다.

당 중진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북은 잼버리의 성공보다 개최를 명분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열을 올렸다”며 “평창 동계올림픽 규모의 비대한 조직위를 꾸려 세금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어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녔고 국민의 혈세는 함량 미달의 지역 업체에 흘러갔다”며 “새만금 잼버리가 ‘세만금(稅萬金) 돈벌이’로 변질됐다”고 질타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전봉민 의원은 새만금이 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된 2017년 8월 새만금은 전체 용지조성 계획 부지 291㎢ 중 약 35%인 103.2㎢를 조성 또는 매립 중이었다고 전하며 “매립이 완료된 부지가 충분히 있었지만 전북이 매립도 안된 ‘뻘밭’을 야영지로 선정했다”고 졸속 매립 의혹을 제기했다. 지지부진한 간척지 조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새로운 부지를 잼버리 장소로 정하는 바람에 준비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날 “유치 당시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고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SNS에 “유치 당시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를 전한다고요? 유치 이후의 대통령’으로서는 뭘 하셨고, 뭘 하실 건가요?”라며 “유치만 짚고 준비는 뺐다. 유체이탈 화법은 재임 때나 퇴임 때나 매한가지”라고 비판했다.

전북 책임몰이에 대한 당내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대표를 지낸 이정현 전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무슨 지방자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남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며 “(전북 책임이) 당론이라고 그런다면 오늘 탈당하겠다. 모두가 다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집권 여당 책임은 더 크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SNS에 “전북은 대선에서 14.4%라는 의미있는 지지율을 기록한 곳”이라며 “새만금은 전북에서 보수의 치적으로 키워나가는 곳인데 이걸 악마화 해봐야 남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데, 전라도 탓으로 돌려버리면 문제는 반복된다”고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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