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해병 수사단장, 수사심의위 소집 및 징계위 연기 신청(종합)
국방부 조사본부, 이번 주내 해병대 조사 기록 재검토 마칠 듯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 처리 문제와 관련해 군검찰에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4일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박 대령은 또 군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 TV 생방송 인터뷰에 출연한 데 따른 징계위원회 출석 통지와 관련해선 이날 징계위 연기를 청했다.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우편을 통해 국방부 검찰단에 보냈다고 밝혔다. 박 대령 측은 지난 11일 검찰단의 2차 소환조사에 불응한 뒤 수사심의위 소집이 필요하단 입장을 밝혀왔다.
군검찰 수사심의위는 군이 2021년 성추행 피해 신고 뒤 부대 관계자 등의 2차 가해 속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을 계기로 도입한 기구다.
군검찰 수사심의위는 군에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 발생한 경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절차·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국방부 검찰단 소속으로 설치·운영한다.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이 접수되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 중 5명을 선정, 이들이 참여하는 '부의(附議) 심의위'를 열어 그 수락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
수사심의위 소집이 수락되면 이 심의위에서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를 토대로 기소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권고하게 된다. 단, 군검찰 수사심의위의 권고엔 법적 구속력은 없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 측의 바람대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하는 데 적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신속한 소집을 위해 부의 심의위를 열지 않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 직권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지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기존에 수사심의위원으로 위촉됐던 민간 인사들은 2년 임기가 이미 만료돼 군검찰 수사심의위 가동을 결정할 경우 민간의 법무 관련 단체들로부터 신규 위원을 추천 받아 선정·위촉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수사심의위 신규 위원 선임 등 과정에 박 대령이 채 상병 사고 처리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관여한다는 이유로 그에 따른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박 대령 측 김 변호사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수사심의위 신청 관련 최고 권한을 갖고 있어 불공정한 권한 행사가 예상된다"며 유 관리관에 대한 "군검찰 수사심의위 관련 기피신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법무관리관이 주어진 권한·역할 내에서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면서도 "그런 의견(유 관리관 배제)이 법리적으로나 규정상 맞는지 한 번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령 측은 박 대령에 대한 해병대사령부의 징계위 출석 통지와 관련해선 이날 징계위 연기를 신청했다. 박 대령의 해명 및 진술권 보장을 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해병대사령부는 박 대령이 이달 11일 군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KBS-1TV와 생방송 인터뷰를 한 사실이 '해병대 공보정훈업무 규정' 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에게 오는 16일 열리는 징계위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박 대령 측은 징계위 연기 신청과 함께 징계기록 정보공개 청구, 징계위원 성명 공개 청구 등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령 측은 이들 공개 청구 자료가 오는 15일까지 도착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징계위 연기를 신청하되, 만일 해병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예정대로 16일 징계위를 소집한다면 박 대령은 불출석하고 항고 및 행정소송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대령은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순직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초동 조사를 담당했다.
그러나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대면 보고한 뒤 이달 2일 민간 경찰에 이첩했다가 '항명'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된 상태다.
이 장관이 박 대령의 보고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음에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단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반면 박 대령은 이 장관 보고 뒤 채 상병 사고 조사 기록의 경찰 이첩 때까지 '이첩 보류'를 명시적으로 지시받은 적 없고, 오히려 국방부 유 관리관으로부터 채 상병 사고 보고서와 관련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만 혐의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조사 결과 보고서엔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군 간부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검찰단은 관계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박 대령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박 대령에 대한 혐의를 기존 '집단항명 수괴'에서 '항명'으로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장관 지시에 따라 이달 11일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채 상병 사고 조사 기록물을 받아온 국방부 조사본부에선 이르면 이번 주 중 관련 검토를 마친 뒤 그 결과를 이 장관에게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본부에선 주말부터 해당 기록물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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