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종이명함 쓰세요?"…리멤버 대적 나선 명함 스타트업 [긱스]

고은이 2023. 8. 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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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 명함앱'이라고 하면 어떤 이름이 떠오르세요? 많이들 '리멤버'를 말할 겁니다. 리멤버에 대적해 명함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며 나선 초기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한계가 큰 종이 명함 대신 디지털 명함을 통해 개인이 자신을 브랜딩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크리에이터노믹(슬라이스)의 이수민 대표를 한경 긱스(Geeks)가 만났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받은 종이 명함 중, 몇 명이 기억나시나요?"

디지털 명함 서비스인 '슬라이스'를 만든 크리에이터노믹의 이수민 대표의 질문이다. 

이 대표는 물리적인 매체인 종이 명함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봤다.①명함이 다 떨어졌거나 집에 두고왔을 때 생기는 물리적 공유의 한계 ②부서나 이메일이 바뀌었을 때 생기는 수정 불가 문제 ③여러 명과 명함을 교환했는데, 이름만으론 누가 누구였는지 알 수 없다는 기억의 문제 ④내 명함을 어디서 누구에게 얼만큼 뿌렸는지 알기 어려운 사용관리의 문제 등이다. 이 대표는 "디지털 명함으로 이같은 종이명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 명함앱인 슬라이스와 NFC카드.


슬라이스는 디지털 명함앱과 NFC 카드를 함께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대표가 이재하 공동창업자와 함께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NFC 기능이 탑재된 플라스틱 카드를 휴대폰에 가져다대면 미리 저장해놓은 디지털 명함이 전송된다. 종이 명함은 이름과 소속, 연락처 정도가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전부지만, 디지털 명함은 각 개인의 필요에 맞게 경력과 포트폴리오, SNS, 판매링크 등을 모두 포함시킬 수 있다. 

NFC 카드와 앱을 활용한 명함 공유인만큼 공유 횟수의 제한도 없다. NFC카드나 큐알코드를 통해 디지털 명함을 공유받은 사람은 앱이나 웹을 통해 명함을 열람하고, 휴대폰에 연락처를 바로 저장할 수 있다. 명함을 공유한 사람은 자신이 언제 어디서 명함을 교환했는지 데이터로 확인하고 네트워킹 때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디지털 명함이 문화로 자리잡으면 명함이 주는 효용감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며 "종이 명함이라는 고정관념을 바꾸겠다"고 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어떤 사람들이 슬라이스를 주로 이용하나. 
“지금은 개인사업자나 프리랜서 사용자가 많다. 종이 명함에서 디지털 명함으로의 전환 욕구가 가장 큰 분들이다. 프리랜서들의 경우 이미지나 포트폴리오를 명함에 넣어 자신의 전문성을 알릴 수 있다. 개인사업자는 판매 링크를 명함에 담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종이 명함을 쓰면 본인이 판매하는 제품을 구두로 설명하면서 판매 링크를 따로 보내야 하지 않나. 최근 기업용 커스텀 카드 판매를 시작하면서 기업 고객도 확보해나가고 있다. NFC카드에 기업 정체성을 보여주는 브랜딩 디자인을 넣어주는데, 기업들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무료인가. 
“앱에서 명함을 제작하는 건 무료다. QR코드나 URL링크 등으로 명함을 나누는 것도 무제한이다. 실물 NFC카드만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기본 카드는 1만5000원, 자신의 개성을 넣어 직접 디자인 제작하는 커스텀 카드는 3만5000원이다. 기업들을 위한 기업용 B2B 구독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일종의 전사적 디지털 명함 관리 솔루션이다.”

개인의 개성을 넣어 만들 수 있는 커스텀 NFC카드


-URL이나 QR카드로도 공유 가능한데, 실물 NFC 카드가 필요한가. 
“명함 교환은 일종의 행위다.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서 건네는 행위 자체가 사회적 양식이다. 디지털 전환이 돼도 사회적인 양식을 따르면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또 이런 행위와 함께 핸드폰에 카드를 댔을 때 디지털 명함이 ‘팟’ 하고 뜨는 게 와우 포인트가 된다. 명함이 첫인상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방에게 굵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하는 분들이 NFC 카드를 활용한다.”

-왜 디지털 명함 서비스를 가지고 창업했나. 
“리멤버가 명함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잘 하고 있긴 하지만, 관리적인 측면이지 명함의 본질적인 기능 자체를 디지털화하진 못했다고 생각했다. 이미 사람들이 온·오프라인 경계 없이 네트워킹하고 있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싶었다. 많은 부분들이 이미 디지털화됐는데, 종이 명함은 아직 디지털로 전환되지 않은 부분이기도 했다.그만큼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뜻이지만, 디지털 전환에만 성공하면 굉장히 많은 기회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종이 명함 관리의 문제점.


-종이 명함을 디지털로 바꿀 시장의 니즈가 있다고 봤나. 
“명함이 종이이기 때문에 명함이 가질 수 있는 기능과 효용을 다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명함을 교환한다는 행위는 사실 예의를 차리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일종의 '인사치레'랄까. 명함이 디지털로 전환이 되면 단순 인사나 예의 차리는 것 뿐만 아니라 명함이 자기의 브랜드나 전문성을 전달할 수 있고, 실질적인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도구로 바뀔 수 있다. 사용성이 확장되고, 명함 공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해외는 어떤가. 
“해외엔 이미 개인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명함을 도입하고 있다. 포플이라는 회사의 경우 5000곳 이상의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고, 모빌로라는 서비스는 300만 명 이상의 개인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디지털 명함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미국에서 디지털 명함이 가장 활발한데, 아무래도 문화 자체가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게 보편적인 사회다. 개인사업자도 많고 프리랜서 시장이 발달돼있다보니 디지털 명함 도입이 빨랐다. 한국의 경우 일적으로 만나는 관계에 있어서는 개인의 성향을 드러내기 어렵다. 명함이라는 게 소속된 회사의 이름을 담고 있기도 하고, 예의가 중시된다. 아무래도 개인이 먼저 디지털 명함을 활용하는 케이스가 드물다 보니 다른 나라보단 더디게 변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도 달라질 수 있을까.
“새로운 세대들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직업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 예전엔 한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오래 일하는 추세였는데, 이제 이직이 훨씬 잦아졌고 N잡이나 부업 등의 활동도 많아졌다. 다가오는 세대에선 일에 대한 개념 자체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인이 자신을 브랜드화해 비즈니스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이런 직업 문화의 변화와 함께 명함 문화도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익은 어떻게 낼 생각인가. 
“우선 개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NFC카드뿐만 아니라 다른 하드웨어 명함을 확장할 생각을 하고 있다. 핸드폰에 붙이는 그립톡일 수도 있고 애플 워치에 끼는 스트랩일 수도 있다. 명함을 한 개가 아닌 여러개를 만들고 싶어하는 분들의 경우 구독 기능도 생각하고 있다. 기업을 대상으론 기업의 브랜딩이 NFC 카드에 잘 담길 수 있도록 기업용 카드를 판매하려고 한다. 또 회사에서 전 직원의 명함을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

-리멤버와 비교했을 때 차별화 포인트는. 
“리멤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선 리멤버는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고 저희는 개인 사업자나 프리랜서를 중심으로 시작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기능적으로 봤을 때도 리멤버는 종이 명함을 저장해서 관리하는 용도로, 이렇게 저장된 명함들을 기반으로 헤드헌팅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다. 저희는 디지털 명함을 직접 제작하고 커스텀화해 명함의 사용성 자체를 고도화한다. 리멤버는 종이 명함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고도화돼있지만, 저희는 명함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사용성적인 측면에서 고도화해나가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하 공동창업자, 이재윤 개발자, 강정우 디자이너, 이 대표.


-언제쯤 명함 문화가 바뀔 것이라고 보나. 
“목표는 5년 안에 시장을 바꾸는 것이다. 저희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속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원래는 개인 사용자들을 먼저 많이 확보하고 기업 고객들로 넘어가는 방식을 취하려고 했는데, 빨리 가려면 기업 고객들을 먼저 설득하는 게 레퍼런스가 돼서 시장 개척에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내년부터는 기업 고객들을 모시는 일에 박차를 가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ESG 경영이 대두되고, 많은 기업들이 페이퍼리스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본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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