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애국혼, 창작 발레로

M발레단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영웅이자 한 인간이었던 삶 그려

안중근 역 무용수 이동훈이 태극기를 배경으로 연기하고 있다. 마포아트센터·M발레단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만주 하얼빈에서 일제의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한 뒤 사형 선고를 받고 이듬해 3월 순국했다. 그가 남긴 이 유언 속 애국혼이 발레리노의 높고도 가뿐한 비상으로 재현됐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무대에 오른 창작 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이다.

이 작품은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 출신인 문병남 M발레단 대표가 안무를, 양영은 단장이 대본·연출을 맡았다. 2015년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으로 초연된 후 2021년 예술의전당과 함께 재제작했다. 지난해엔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 올해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유통협력 지원 사업에 선정돼 관객과 만났다. 이미 서울 마포구뿐 아니라 충북 충주·경기 광명 등 지역 공연장을 돌았고, 오는 25~2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이번 시즌 총 8회 차 공연의 막을 내린다.

올해 공연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이동훈과 이은원이 5년 만에 함께 전막 무대에 올라 뜻깊다. 지금은 각각 미국 툴사발레단과 워싱턴발레단에서 활약 중인데, 오랜만에 가진 국내 무대인지라 커튼콜에서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는 팬도 있었다.

둘은 각각 안 의사와 아내 김아려 역을 맡아 결혼식, 안 의사의 꿈속, 뤼순감옥 등을 배경으로 황홀한 2인무(파드되)를 선보였다.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 속에서도 존중과 희열, 고난과 치유, 슬픔과 그리움 등 다채로운 표현이 돋보였다.

전반적으로 무용수들 몸짓이 서사를 이끌지만 대사도 활용했다. 안 의사가 하얼빈 기차역에서 총격 직후 외친 러시아말 "코레아 우라(대한 만세)" 등이다. 양 단장은 "영웅이자 한 인간이었던 안중근 의사의 삶을 그려내고자 했다"며 "대부분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는 무용 지원 사업의 단점을 극복해 우리나라 대표 발레 레퍼토리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정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