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잇는 '달빛고속철도' 초당적 추진...4조원 경제성 우려도

박소연 기자 2023. 8. 1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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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극한 정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모처럼 초당적으로 발의하는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이 주목된다.

동서화합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목을 앞세우고 있지만 4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며 추진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달 중 '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과 광주를 의미하는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따 이름을 지은 '달빛'고속철도는 지역 정치권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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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낮은 경제성에도…4.5조 철도사업 예타 면제하는 특별법, 여야 의원 앞다퉈 이름 올려
17일 오후 전북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열린 ‘대구·광주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화하고 있다. 2023.04.17. /사진=뉴시스

여야가 극한 정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모처럼 초당적으로 발의하는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이 주목된다. 동서화합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목을 앞세우고 있지만 4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며 추진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달 중 '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이 주목받는 건 헌정사상 역대 최다 의원이 발의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국민의힘에선 장관을 제외한 의원 전원이 서명했고, 민주당도 소속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도 힘을 보탰다. 현재 260명 가까이 서명했으며 민주당 의원 20여명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법안은 광주와 대구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 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해주는 게 핵심이다. 서대구역과 광주송정역을 잇는 총 연장 198.8㎞ 구간으로 총사업비 4조5000억원이 넘는 대형 사업이다. 최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일었던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총사업비(원안 1조7695억원, 대안 1조8661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대구의 옛 지명인 '달구벌'과 광주를 의미하는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따 이름을 지은 '달빛'고속철도는 지역 정치권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2006년 제1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시작으로 2011년 제2차, 2016년 제3차, 2021년 제4차 구축계획까지 '추가검토' 사업으로 지정되며 좌절됐다.

사업이 번번이 실패한 건 낮은 경제성 때문이다. 2021년 국토부가 발표한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편익 수치가 0.483으로 나타났다. B/C값이 1.0보다 크면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1보다 낮으면 편익보다 비용이 크다는 뜻이다.

17일 오후 전북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에서 열린 ‘대구·광주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에서 강기정(가운데)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정무창 광주시의회의장과 이만규 대구시의회의장이 달빛고속철도 예타면제 특별법 공동 추진과 2038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2023.04.17. /사진=뉴시스

달빛고속철도는 문재인 정부의 영호남 상생 공약으로 전기를 맞았으나 경제성이 떨어져 2021년 3월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초안에서 빠졌다. 그러나 광주시와 대구시 등이 전방위적으로 뛰어들어 설득에 나선 결과 같은 해 6월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추가 반영됐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은 특별법의 연내 처리에 사활을 걸었다. 홍 시장과 강 시장은 지난 4월 전북 남원 지리산휴게소에서 만나 광주·대구 공항 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와 함께 '달빛고속철도 예타 면제 특별법 공동추진 업무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경제성이 다소 낮더라도 영호남 교류와 협력, 국민 통합의 차원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책사업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역사회에선 부족한 경제성을 만회하기 위해 2038년 '대구·광주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새로운 명분으로 내걸었다. 잼버리대회 유치 명목으로 새만금 신공항을 추진하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명목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인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와 대구를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는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힘을 싣고 있다. 영호남 의원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철도 건설을 계기로 지역구에 SOC(사회간접자본) 유치, 지역 개발 등 이익을 노릴 수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하에서 호남권에 대형 사업을 유치했다는 업적으로 삼을 수 있고 국민의힘 역시 호남 민심을 얻는단 차원에서 '윈윈'인 셈이다.

한편 예타를 면제하면서까지 철도를 건설하는 건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에 맞지 않는단 지적도 나온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예타 면제 요건을 최대한 엄격히 적용해 면제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구 달성군을 지역구로 하는 추 부총리가 지역 숙원사업에 반기를 들기도 쉽지 않으리란 관측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특별법이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 특별법은 윤석열 정부의 재정과 국가사업 원칙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철도 하나 만들어서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구식 논리와 개발주의의 폐단을 끊어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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