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80달러대로 급등…원유 곱버스 베팅 개미 손실
지난달 말부터 국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유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유가 하락의 두 배에 베팅한 ‘곱버스’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자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오펙 플러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의 협의체)가 추가로 감산할 가능성은 작아,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WTI) 가격은 배럴당 0.45% 오른 83.1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WTI 가격은 이날까지 한 달간 11%가량 상승했다.
올 들어 국제 유가는 급등락했다. 연초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원유 수요 회복 기대로 WTI 가격은 80달러대로 올라갔다. 그러다 올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WTI는 1년 3개월 만에 배럴당 60달러대로 급락했다. 이후 4월 들어 사우디 등 일부 국가가 원유 추가 감산을 발표한 영향으로 다시 80달러대로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5월 말 60달러대로 다시 떨어진 후, 7월 말부터는 급등 양상을 보였다.
유가가 급등하자, 원유 선물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유가 하락 쪽에 투자한 투자자는 손실을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이달 11일까지 최근 한 달간 ‘삼성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25%로, 전체 ETN 중 손실 폭이 가장 컸다. ETN은 원자재, 환율,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이익을 얻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예를 들어, ‘인버스 2X’ 원유 선물 ETN에 투자한 사람은 WTI 선물 가격이 1% 하락하면 2% 수익을 본다. 반대로 WTI 가격이 오르면 손실을 안는다.
다른 ‘인버스 2X’ 원유 선물 ETN도 20%대 손실을 냈다. ‘신한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은 마이너스 24%, ‘메리츠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 선물 ETN’은 마이너스 22%를 기록했다. ‘TRUE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과 ‘하나 S&P 인버스 2X WTI 원유 선물 ETN’도 21%대 하락했다. 모두 원유 선물 가격을 역으로 2배 따라 움직이는 곱버스 상품이다. 유가가 내려가면 하락폭의 두 배만큼의 수익을 기대했는데, 반대로 유가가 오르면서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반면, WTI 가격 상승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ETN은 최근 한 달간 최고 30% 수익을 냈다. 레버리지 ETN은 기초자산 가격을 정방향으로 두 배 따르는 상품이다. WTI 가격이 오르면 두 배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구조다. ‘TRUE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은 최근 한 달 30% 상승했다. 전체 ETN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과 ‘하나 S&P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 ‘삼성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 ‘신한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도 29%대 상승했다.
증권업계에선 현재의 유가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OPEC 플러스 소속 국가의 추가 감산 가능성이 작고 미국이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가 감산을 주도하고 있지만, 4분기에 사우디가 감산 규모를 축소할 경우 원유 시장 공급량이 재차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지난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최근 급등한 에너지 가격의 여파가 확인됐다”며 “미국이 유가 상승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유가 추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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