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부동산 부채 리스크에 금융시장 ‘출렁’···한국경제 먹구름
원·달러 환율 오르고, 코스피는 내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약세로 나타나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가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번 사태가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자극해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6.0원 오른 달러단 1330.9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330원선을 나타낸 것은 지난 5월18일(1334.2원) 이후 약 세 달 만에 처음이다.
최근 원화약세가 나타나는 것은 달러화 강세·위안화 약세라는 대외 변수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지난 주말 발표된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긴축 우려가 다시 살아난 영향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우려가 커지자 중국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
이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20.39포인트(0.79%) 내린 2570.87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92억원, 33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개인만 4271억원 순매수했다. 역시 비구이위안의 채권 거래 중단으로 중국 부동산 경기 우려가 확산한 것이 증시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구이위안을 중심으로 중국 부동산 경기 우려 확대 영향을 받았고, 동시에 위안화·원화 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외국인 수급에도 악재로 작용하면서 증시의 하방 압력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일본 니케이225(-1.27%), 대만 자취안(-1.25%), 중국 상하이종합(-0.34%) 등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비구이위안 디폴트 사태는 국내외 금융시장 뿐 아니라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전반에도 경계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비구위안의 디폴트 사태가 중국 내 소비 감소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맥쿼리의 래리 후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의 하강은 글로벌 경기 전망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중국은 세계 제일의 상품 소비자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굉장히 크다”고 밝혔다.
중국 경기의 침체는 하반기 중국발 수출 반등을 기대했던 한국에게도 민감한 소식일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심각한 부채문제는 역시 민간부채 문제가 심각한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채 리스크가 국내로 전이되면서 국내 부채 리스크를 자칫 자극할 위험이 있다”며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불황 진입 시 디플레이션 충격에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이 크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장 하반기 대중국 수출 개선을 통해 국내 수출 경기 개선과 경기 회복 가속화를 기대했지만 중국 경기 불안으로 하반기 국내 수출 경기에 커다란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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