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폭탄 돌리기” “학교 부담 여전” 악성 민원 대안, 실효성 있을까

김나연 기자 2023. 8. 1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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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무직 등 학교구성원 부담 여전
교사도 민원 응대 실질적으로 피하기 어려워
“교육청 등 상급 기관에서 창구 일원화해야”
교사노동조합연맹 조합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3대 시스템 즉각 제도화 촉구 교사 서명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검은색 추모 리본 배지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14일 정부가 공개한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은 학교에 민원대응팀을 설치하는 등 ‘악성 민원’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학교를 중심으로 민원에 대응하는 기본 체제는 바뀌지 않아 교내 구성원들의 부담은 그대로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안에 따르면 앞으로 학교의 민원 창구는 교내 민원대응팀으로 일원화된다. 민원대응팀은 교감과 행정실장, 교육공무직 등 5명 내외로 구성된다. 이들은 대표전화로 오는 민원에 응대하고 민원 유형에 따라 직접 민원을 처리하거나 교사에게 전달한다.

민원대응팀원 중 교육공무직은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 신분으로 학교에서 행정업무와 교육활동을 지원한다. 교사에게 향하던 악성 민원을 비교적 권한이 약한 교육공무직에 ‘폭탄 돌리듯이’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박성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대표전화로 오는 일반 민원이 아니라 학습과 생활지도, 학생과 학부모 관계에서 벌어지는 민원까지 (교육공무직에) 일원화하면 모르는 내용까지 감당하게 된다”며 “교육공무직에 떠맡겼을 때 (민원인의) 감정 조절이 안 된 상태에서 일차적 감정 쓰레기통이 되라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교육공무직이 담당했던 민원 업무에 (인원을) 충원하고 학교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민원에 대응한다는 것”이라며 “(교육공무직의) 업무가 증가한다거나 교원 업무를 행정실에서 대응한다는 취지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원대응팀이 설치돼도 교사가 악성 민원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민원 내용을 접하게 되고, 최종 민원 응대 주체가 교사가 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성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민원대응팀이 있더라도 모든 민원을 응대할 주체가 분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구성원들 간 갈등이 발생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민원 당사자인 교사 개인에게 부담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원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민원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술적인 문제보다 민원의 실제적인 관리 책임자를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원 창구를 학교보다 상급 기관에 설치해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원단체들은 각 지역 교육지원청 민원통합센터 등을 통해 민원 접수와 분류,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총은 “악성 민원 등을 1차로 걸러냄으로써 학교 부담을 덜어주고, 학교가 해결할 수 없는 민원을 이관받아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학교가 악성 민원 등을 부담 없이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할 수 있는 보장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 ‘교장 직속 민원팀’ ‘아동학대 면책’…‘교권 보호 방안’ 시안 발표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308141400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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