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CEO특강 ] 한번뿐인 최초보다 오래 지속되는 '최고'가 낫죠
퇴사 후 의료기기 업체 세워
"창업은 인생을 빛내는 방법"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48·사진)가 최근 한양대에서 열린 매경CEO 특강에서 '의료기기 진화의 방향성과 혈압 측정 기술'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에 재직하다가 창업한 지 8년가량 됐다. 1인 오피스부터 시작해 혼자 개발하고 사업계획서를 썼던 그는 2015년 헬스케어 회사인 스카이랩스의 대표가 됐다.
이 대표는 강연에서 "세계 최초와 세계 최고 중에 세계 최고가 더 좋다"며 "그 이유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꾸준히 지속될 수 있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데이터 가공 기술과 서비스가 도태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AI를 이용해 앞으로 더 중요해지는 영역은 데이터를 가공(manufacture)하는 것이 아닌 데이터를 생산(generate)하는 영역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기 진화의 방향성도 결국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영역 쪽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모아 더 나은 치료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기 진화에서 데이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기존의 센서 기반 의료기기에는 정확도의 한계와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를 이용해 정확도를 높이거나 데이터를 더 많이 모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됐다. 스카이랩스가 개발한 의료 기술인 'PPG2BP-net'도 이러한 방향성에 따른 것이라고 이 대표는 전했다. PPG2BP-net 기술은 혈압 측정 AI 기술로, 압력을 가하지 않고 혈압을 측정하며 정확하고 연속 측정이 가능하다.
PPG2BP-net 기술이 적용된 플랫폼인 '카트(Cardio Tracker)'는 심장을 추적하는 기계라는 뜻으로 의료 데이터를 수집·분석·배포한다.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커프리스(Cuffless)' 방식의 혈압측정 의료기기다. 커프리스 방식은 팔에 압력을 가해 혈압을 측정하는 '커프(Cuff)'가 아닌 반지에 탑재된 센서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으로 카트 BP는 손가락에 착용해 사용자의 별도 조작 없이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야간·아침 고혈압, 혈압 변동성 등 다양한 혈압 데이터를 관찰함으로써 약물 용량 조절 등을 통해 환자 치료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 수면, 스트레스 관리, 운동, 음주에 따른 반응 등 생활습관 개선 변화를 추적하기에 효과적이다.
이에 따라 카트 BP는 24시간 연속 혈압 모니터링이 가능해서 낮과 밤으로 혈압 변동성이 큰 일반 사용자에게 적용해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맞는 약을 처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카트 BP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일반 사용자들이 사용 가능하다. 올가을부터는 혈압 측정을 목적으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창업은 인생에서 비가역적 변화다. 창업을 하는 이상 창업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창업이란 굉장히 고독하고, 어렵고, 혼자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경험을 통해 인생을 극적이고 충실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라며 "창업은 소중한 내 인생을 빛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학생들에게 "멋진 인생을 위해 각자가 가진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잘 썼으면 좋겠다"며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정유빈 경제경영연구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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