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학교 이전' 재고 따지는 동안 아이들은 추위에 떨었다
창틀 틈 생기거나 심하게 흔들리기도…겨울엔 추위 극심
보수 시급하지만 법인의 '학교 이전 계획'에 번번이 무산
학교 "시급한 창틀 먼저 보수" VS 교육청 "이전 계획안이 먼저"
학교 법인 "아직 구체적 계획 없어. 정확한 시점 장담 못 해"
부산의 한 사립중학교 학생들이 노후화된 건물에서 열악한 교육 환경에 처해 있지만 기약 없는 이전 계획에 건물 보수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 이전과 예산 지원이라는 어른들의 논리 속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피해는 수년째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 사하구에 있는 동주여자중학교. 교실 내부 창문과 창틀에 유격이 심해 창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채 틈이 생겨 있었고, 약한 힘에도 덜컹거리며 심하게 흔들렸다. 복도 쪽 창문은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나무 창호로 만들어 온도 유지와 방음에 취약한 모습이었다.
동주여중은 지은지 49년이나 지나 부산에서도 노후화가 가장 심한 학교 건물로 꼽힌다. 특히 오래된 창틀은 이처럼 심하게 낡아 겨울이면 칼바람이 그대로 교실로 들어오는 상황이다. 3년 전 옥상 방수 공사를 했지만, 이번 장마에도 빗물이 새면서 복도 한편에 빗물받이 상자를 따로 둬야할 정도로 열악하다.
학부모 A씨는 "창틀이 너무 오래 돼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는데 태풍이라도 오면 안전사고 날까 걱정돼 마음을 졸이곤 한다"며 "겨울엔 찬바람이 그대로 다 들어와 집에서 챙겨 간 담요를 두르고 버틴다고 하더라. 부모로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학교 측도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고자 교육청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고, 지난해 부산교육청 '그린스마트미래교실' 공모 사업에도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지은 지 40년 이상 경과한 노후 학교시설을 미래형 학교시설로 리모델링하는 중장기 국책 사업으로, 부산교육청은 지난해 사업을 공모해 대상학교를 선정했다.
그러나 사업 선정 사실을 법인에 알리자 올해 1월 법인 측은 "학교 곧 이전할 계획인데 예산을 투입하는 건 낭비"라며 오히려 교육청에 사업 취소를 통보했다. 이에 교육청 예산 수십억 원을 지원 받아 학교 건물을 전반적으로 보수하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학교 법인에서 동주여중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2011년 교육청은 부산의 유일한 여중 농구팀이 있는 동주여중에 다목적강당 건설을 제안했다. 학교 측도 적극 환영하며 추진되는 듯 했지만 이 또한 법인이 학교 이전 계획을 내세우면서 결국 무산됐다.
10년이 넘게 진척이 없던 이전 사업은 지난해 8월 법인 이사회 회의에서 동주여중의 이전이 의결되며 급물살이 탔다. 법인 소속 대학교 내 시설로 중학교를 옮기고 현재 중학교 건물과 부지를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이전에는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학생 450여 명은 여전히 추위에 떨고,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 그대로 노출된 채 수업을 들어야 하는 처지다.
동주여중 관계자는 "특히 건물 고층은 난방을 해도 온도가 16도 정도까지 밖에 올라가지 않는다. 2023년에 이런 환경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어디있냐"며 "몇 년 전엔 창문이 운동장 쪽 밖으로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지나가던 학생이 없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관계기관들 역시 이런 열악함을 모두 알고 있지만, 학교 이전 문제를 두고 여전히 같은 입장만 고수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는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이전을 하더라도 외풍이 심한데다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있는 창틀은 하루빨리 보수를 해야 한다"며 "교육청이 기약도 없는 법인의 이전 계획안을 이유로 학생들이 처한 열악한 교육환경을 외면해선 안 된다. 시급한 부분이라도 먼저 보수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언제 이전할지 대략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예산 지원은 절차상 어렵다"며 "법인 측에서 이전계획안만 제출하면 시급한 보수를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계속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법인 측은 여전히 "이전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정확한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며 "학교 건물에 보수가 필요한 부분은 인지하고 있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교육청과 협의를 해나가겠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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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정혜린 기자 rinpor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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