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 현안 침묵에 갈등 양산…당내 비판 제기
"이재명, 정무 불합격…당선 1년 정도 지나"
"먼저 입장 발표시 오히려 논란 증폭" 반박
[서울=뉴시스]여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돈봉투 의혹, 김남국 코인 거래 논란, 대의원제 폐지 논란 등 각종 당내 현안에 대해 침묵하며 결정을 미루다 당내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여러 현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드러냈던 모습과 대조적이어서 사이다가 고구마가 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 대표는 14일 혁신위원회의 대의원제 폐지안에 대해 당내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충분히 시간을 두고 의견수렴을 해나가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혁신안 관련 반발이 계속된다는 질문에는 "어디서 반발을 하던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당장 당 지도부에서도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해 고민정 최고위원, 양소영 대학생위원장, 박홍배 노동위원장 등이 대의원제 폐지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내 의견그룹인 민주주의 4.0과 더좋은미래에서도 대의원제 폐지 관련 우려를 드러냈는데도 시치미 뗀 것이다.
이 대표가 당내에서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있는 국면마다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며 '발을 뺀' 것은 비단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잇따른 이 대표의 '발빼기'에 자치단체장 시절 과감한 결단력 등으로 얻은 '사이다'라는 별명이 무색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고갔다는 의혹인 '돈봉투 의혹'에 대한 대처 과정에서는 당내 자체 진상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뒤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가상자산 논란' 때는 당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꾸렸으나 김 의원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상태로 탈당한 뒤 뚜렷한 당 차원의 조치가 보이지 않았다.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이 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각종 논란으로 7시간만에 낙마한 뒤에도 이 대표는 "무한책임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을뿐 별도의 사과나 실제로 '무한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는 없었다.
이 대표는 김은경 호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불체포특권 포기안도 흔쾌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끝내 이 대표 대신 박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통해 불체포특권 포기안을 제안했다. 의원총회 합의가 불발되자 이후의 의원총회에 재요청한 것도 박 원내대표였다. 결국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부로 혁신위 제안을 일부 수용했지만 해당 의원총회에 이 대표는 지방일정으로 인해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이 기각된 당일에도 입장 발표는 박 원내대표가 대신했다. 당시 민주당은 수해복구 현장에 봉사활동을 나갔고 박 원내대표 옆에 이 대표가 서있었음에도 말을 아낀 것이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을 낳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 표명은 없었다. 논란이 불거진 시기에는 이 대표가 휴가 중이었지만 휴가에서 복귀하고 난 뒤에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당내 관계자는 "이 대표는 정무적인 측면에서 불합격이라고 본다"며 "행정과 정당에서의 당무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당대표로 당선된 지 1년 가까이 된 시점에 아직도 리더십을 보이고 있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직전 대표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당내 의혹에 대해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국회의원 12명에 대해 탈당을 권유한 바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당내 이견이 큰 사안의 경우 당내 입장이 모이기 전 이 대표가 먼저 입장을 발표하면 오히려 논란이 증폭된다"며 "당장 이번 대의원제 폐지와 관련해서도 폐지에 찬성하게 되면 비이재명계에서 강하게 반발할 것이고 폐지에 반대하게 되면 친이재명계와 당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는 16일로 예정된 의원총회와 오는 28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워크숍 등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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