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자 슬그머니 사라진 ‘인천 공공청사 일회용품 줄이기’

이승욱 2023. 8. 14. 16: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4일 오후 1시가 다가오자 인천시청 정문을 통과하는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한 공무원은 기자와 만나 "민선 7기 시절 일회용품 반입 금지 등이 강도 높게 시행됐는데 민선 8기 들어서는 강도가 약해진 것 같다"며 "민선 7기 시절에는 수도권 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해 자체 매립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인천에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붙이기 위해 3무 친환경 공공청사 운동도 시작됐는데 민선 8기 들어 관련 정책이 뒤집힌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천 남동구 청사 정문에 설치된 음료 보관대와 3무 친환경 청사를 홍보하는 팻말. 이승욱 기자

14일 오후 1시가 다가오자 인천시청 정문을 통과하는 공무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시청으로 복귀하는 공무원들의 손에는 인근 커피집에서 가지고 나온 일회용 컵이 하나같이 들려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종이로 만든 커피 캐리어에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 2~3잔을 담아 오기도 했다.

인천시는 2021년 3월 ‘자원순환에 공무원부터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일회용품 없는 청사 △자원낭비 없는 청사 △음식물 쓰레기 없는 청사 등 ‘3무 친환경 공공청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시는 일회용품 없는 청사를 만들기 위해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음식이나 음료 반입을 금지했다. 이를 위해 각 청사 출입구에는 일회용 컵에 든 음료를 보관할 수 있는 보관대를 설치했다. 3무 친환경 공공청사 만들기에는 시 본청과 구청, 군청 등이 참여했다. 당시에는 일회용품 반입을 철저히 막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이 사라진 모양새다. 이날 낮 12시40분부터 20분 동안 인천시청 본관 정문으로 들어오는 공무원 중 일회용 컵을 가지고 들어온 공무원은 모두 57명이었다. 본관 후문, 별관 등으로 들어온 공무원을 포함하면 이날 일회용 컵을 청사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 공무원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 공무원은 기자와 만나 “민선 7기 시절 일회용품 반입 금지 등이 강도 높게 시행됐는데 민선 8기 들어서는 강도가 약해진 것 같다”며 “민선 7기 시절에는 수도권 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해 자체 매립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인천에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붙이기 위해 3무 친환경 공공청사 운동도 시작됐는데 민선 8기 들어 관련 정책이 뒤집힌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기초자치단체도 비슷하다. 인천녹색연합이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8개 기초단체 청사를 조사한 결과, 계양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청사에서 일회용품을 반입하거나 청사 내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일이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이날 오전 9시께 남동구청사에는 일회용 컵 반입을 금지하는 팻말이 문 앞에 있었지만,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 오전 10시30분 중구2청사에 있는 카페에서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된다는 팻말이 있었지만, 음료를 주문하자 일회 용기에 커피가 담겨 나왔다.

14일 오전 인천 중구2청사 카페에서 커피를 일회용 컵에 담아 제공하는 모습. 이승욱 기자

인천녹색연합은 “한동안 자원순환 정책을 확대하고 대대적인 시민 홍보 등 분위기를 조성해 나갔지만, 현재 분위기가 한풀 꺾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는 이벤트나 선언이 아닌 꾸준한 실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공공청사 내 일회용품 사용을 적극적으로 제한하고 민간에 대한 일회용품 사용 제한도 효율적으로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