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 시대 교육의 방향…정답력에서 질문력으로

한겨레 2023. 8. 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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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 교육의 본질에 문제제기
질문하는 방법도 배우고 훈습해야
꼬리에 꼬리 무는 정교화 질문법
관점을 확장시키고 삶도 바뀌어
챗지피티 시대에 필요한 교육은 ‘질문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사진은 한 초등학교에서 챗지피티를 활용해 수업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나에게 2시간이 주어진다면, 1시간55분을 올바른 질문을 찾는 데 사용하겠다. 정답을 찾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이는 질문의 수준의 답변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챗지피티(ChatGPT)도 마찬가지다. 챗지피티에 어떤 질문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남다르고 의미 있는 결과를 산출하기 위한 명령어를 연구하는 ‘프롬프트(명령어 입력창) 엔지니어’가 신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이들의 연봉이 고액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챗지피티 시대에 교육이 해야 할 일은 정답력이 아니라 질문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스트셀러 ‘GPT 제너레이션’(북모먼트)를 쓴 이시한 작가는 “챗지피티 시대에 지식을 암기하고 사례를 달달 외우는 교육은 가장 피해야 할 방법”이라며 “챗지피티를 잘 활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은 프롬프트를 유의미한 질문으로 채우는 능력이기에 핵심을 파악해서 좋은 질문을 생각할 수 있는 질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챗GPT 교실수업을 위한 지도와 칼’(리더북스)를 펴낸 이주원 서울시교육청 제3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 교사는 “챗지피티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사회의 모든 면에서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그중 교사에게 주는 충격은 단연코 최고”라며 “챗지피티의 등장은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이 묻는 전방위적인 질문에도 끄덕없이 답을 주는 챗지피티의 존재는 ‘앞으로 교사는 학생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교사는 학생이 학습에 적합한 방향성을 갖고 적극적인 질문자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챗지피티가 생성해 놓은 대답이 학생들에게 탐구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걸러주며, 학생-챗지피티 또는 학생과 학생의 상호작용을 돕는 중간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잘 활용한다면 모두가 똑같은 정답만 가르쳤던 교육에서 이제 학생들이 자기만의 질문을 던지고 챗지피티가 거기에 맞는 대답을 해준다면 학생들 개개인의 개성이 발현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낙관적인 전망을 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질문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안광복 중동고등학교 철학교사는 “질문하는 방법을 보고 익히는 훈습이 필요하다”며 “대개 인문고전들이 질문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인문고전을 읽으면서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질문을 했고 본질을 꿰뚫는 물음이라는 게 무엇인지 훈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즉 여전히 독서와 토론이 질문을 키우는 가장 검증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챗지피티는 최적의 방향을 만들지만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기에 가치 판단을 담은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시한 작가도 “지금으로선 질문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이며, 독서를 통해 핵심과 맥락을 파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핵심과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 ‘내가 알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능력으로 나아가고, 그것이 정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주원 교사는 저서 ‘챗지피티 교실수업을 위한 지도와 칼’에서 챗지피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질문법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다. ‘시작 질문-목표 질문-추가 질문-심사/평가 질문-확산적 사고’로 구성된 5가지 단계다. 이는 편하게 던질 수 있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질문으로 시작해서 진짜 질문을 거쳐 점점 정교하고 구체적인 질문으로 파고들어가는 방식이다. 점점 질문을 정교하게 구체화해 나가는 이 질문법은 평소 일상에서도 활용하면 자신의 앎을 넓혀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초등학교 교사로 32년간 재직한 뒤 퇴직한 임경희씨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해’라고 하면서 정작 어떻게 질문하는지를 가르치지 않는데, 초등학교 1학년도 질문하는 훈련을 시키면 너무 좋은 질문을 하는 걸 교단에서 목격했다”며 “무언가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거나 관심이 없으면 질문 자체를 던지기가 어려우며, ‘나만의 시선’이 있을 때 좋은 질문, 정교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꼬리에 꼬리에 물면서 질문을 정교화할수록 나의 관점이 확장되고 깊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에서 다같이 질문을 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삶 속에서도 질문을 던지는 태도가 장착되고, 자기만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질문력은 궁극적으로는 자기주도적인 삶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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