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만에 100 깬 러 루블…신흥시장 환율 붕괴 임박했나 [조재길의 마켓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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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블화가 14일(현지시간) 달러당 100루블을 돌파했다.
이날 러시아 외환 시장에서 루블화는 개장 초반 달러당 97루블 선에 머물다 갑자기 100.2루블을 넘어섰다.
러시아 내 부유층의 달러 선호가 강화되면서 루블화가 더 약세를 띌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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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블화가 14일(현지시간) 달러당 100루블을 돌파했다.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처음이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져온 달러당 100루블 선이 속절없이 깨지면서 추가 하락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날 러시아 외환 시장에서 루블화는 개장 초반 달러당 97루블 선에 머물다 갑자기 100.2루블을 넘어섰다. 루블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30% 가까이 떨어졌다. 튀르키예 리라, 아르헨티나 페소와 함께 올해 가장 타격을 받은 3대 통화로 꼽혔다.
서방 제재 속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경제가 계속 고꾸라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 10일 외환 변동성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기업·개인들의 외화 매입을 연말까지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으나 되레 내수 경제의 취약성만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루블화는 작년 2월 중순 달러당 70루블 안팎에 거래됐으나 같은 달 하순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130루블을 돌파한 적이 있다. 다만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호재(러시아 수출 증가) 속에서 한동안 달러당 50루블을 밑돌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러시아 내 부유층의 달러 선호가 강화되면서 루블화가 더 약세를 띌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본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진단이다.
루블화 약세가 러시아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자국 통화 약세는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 대비 10%를 넘던 러시아 물가 상승률은 올 3월 2.3%로 뚝 떨어졌으나 이후 슬금슬금 오름세를 타 왔다. 지난달 인플레이션은 4.3%로, 3개월 연속 상승해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시장 예상을 깨고 종전 대비 1%포인트 높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러시아 기준금리는 현재 연 8.5%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알렉산더 이사코프 이코노미스트는 “루블화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금리를 10% 가까이로 높이고 재정 지출 역시 통제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이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통화 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또 다시 0.5~1%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리 인상은 물가 안정을 유도할 수 있으나 경제엔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다.
러시아 외환 시장의 불안은 한국 원화 움직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선호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추가 하락해 달러당 1330원을 넘어섰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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