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밀린 ‘노동개혁’ 시간표…“노동법 사각지대에 초점 맞춰야”

김지환 기자 2023. 8. 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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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2월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기세좋게 밀어붙이던 ‘노동개혁’에 잇달아 브레이크가 걸렸다. 근로시간·실업급여 개편 등이 역풍을 맞으면서 정부의 노동개혁 발표 일정이 줄줄이 밀렸다. 노동계는 고용노동부가 정책 발표 시점을 정무적으로 조율하기보다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 등 ‘제대로 된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하려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종합대책은 4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2월2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을 보고한 뒤 브리핑에서 “이중구조 문제의 경우 상생임금위원회를 중심으로 종합대책을 4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6월, 7월로 거듭 연기가 됐고 이달 들어서도 발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2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에 꾸려진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도 애초 5개월간 논의를 거쳐 상반기 내 권고안을 각각 발표하기로 했다. 이들 자문기구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제도 폐지, 파견 규제 완화 등 민감한 쟁점을 다룬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든 지 1개월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 권고안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3월 입법예고 뒤 ‘주 최대 69시간’ 논란을 빚은 근로시간 개편 방안은 현재 시민 및 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그룹별 심층면접이 진행 중이다. 애초 노동부는 이달 중 보완방안을 마련한 뒤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었다. 아직 보완방안 공개 시점은 공지되지 않았다. 지난 3월 발표 예정이던 포괄임금제 대책도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과 연계하고 있어 5개월가량 수면 아래에 있다.

노사정 대화도 건너뛰고 속도를 내던 정부의 시간표는 근로시간·실업급여 개편 등이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늘어졌다. 앞으로 발표할 특정 정책에서 추가로 ‘대형 사고’가 터지면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노동 현안을 통해 정부가 지지율을 올리려는 시도는 어려워질 수 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14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잠시 ‘노동계 때리기’로 재미를 보던 정부가 새 이슈를 꺼내 들 때마다 호응을 받기는커녕 비난을 받는 상황”이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려면 노동조합 우산 아래 있는 노동자를 공격하기보다 5인 미만 사업장, 특수고용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노동개혁’ 핵심 과제는 5인 미만 사업장, 하청 노동자, 프리랜서 등 노동법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것인데 윤석열 정부는 엉뚱한 정책부터 속도를 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을 적용하고 연차휴가를 보장하는 등 대통령령만 손보면 가능한 일부터 시급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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