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 두리안’이 남긴 3가지
‘아씨 두리안’이 아련한 여운과 울림 있는 메시지로 판타지 멜로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었다.
쿠팡플레이가 디지털 독점으로 제공 중인 토일드라마 ‘아씨 두리안’이 지난 13일 후반부로 갈수록 뜨겁게 타오른 열띤 호평 속에서 16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피비(Phoebe, 임성한) 작가가 애틋한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뒤 갖게 된 애타는 그리움과 간절한 마음이 생사를 뚫고 시공간까지 초월해 운명처럼 재회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바람과 상상에서 시작됐다는 남다른 출발점에서 예견됐듯 ‘아씨 두리안’은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완벽하게 탄생됐다.
#예측불가·상상불가·범접불가 ‘K판타지 멜로’ 탄생했다!
두리안(박주미 분)과 며느리 김소저(이다연 분)는 각각 인연을 잃은 공통된 아픔을 가진 고부였다. 김소저는 운명의 짝이었던 서방님(유정후 분)이 돌연사하자 명이 끊어질 것처럼 밤낮으로 불공을 드렸고, 부처님의 은덕을 입어 기이한 월식이 일어나던 날 시공간을 초월해 시어머니 두리안과 함께 현생으로 넘어오게 됐다. 백도이(최명길 분) 회장이 이끄는 단씨 집안에 발을 들이게 된 두리안과 김소저는 전생에 명을 다한 돌쇠이자 현생에 단씨 집안의 완벽한 둘째 아들 단치감(김민준 분)과 김소저의 서방님이자 현생에 백도이의 손자이자 유명 배우인 단등명(유정후 분)을 각각 다시 만나는 기적을 경험했다.
두리안과 김소저는 현생 속 연인들 곁에 남아있고자 자신들의 정체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던 중 부채로 신기를 얻게 된 가정부(김남진 분)에 의해 전생의 비밀이 결국 탄로나고 만다. 전생에서 돌쇠와의 연정 사이에 발목을 잡았던 남편 단치정(지영산 분)이 현생에서도 두리안을 다시 아내로 삼으려 들고, 김소저와 단등명도 전생에 부부 사이였음이 밝혀지면서 두리안은 천륜과 인륜이 꼬일 것을 염려해 일식이 일어나던 날 다시 전생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두리안을 말리던 단치감과 드라마 촬영 답사차 왔다가 우연히 연못에 발을 들인 백도이의 남편 주남(곽민호 분)도 함께 사라지게 되면서 일장춘몽과도 같은 강렬하면서도 파격적인 여운을 남겼다. 16회 동안 전생과 현생을 드라마틱하게 오가는 예측 불가한 전개와 피비 작가 특유의 탄탄한 필력과 남다른 개성이 압축된 글맛이 선사하는 아련한 분위기와 상상을 초월하는 설정들이 휘몰아치면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판타지 멜로가 완성됐다.
#피비 작가 특유의 인과응보·권선징악 ‘애틋함+통쾌함’ 선사!
‘아씨 두리안’은 기묘하면서도 아름다운 판타지 멜로 속에서도 전작 ‘보석비빔밥’, ‘압구정 백야’,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 등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줬던 피비 작가 특유의 특징인 인과응보와 권선징악이라는 뚜렷한 주제 의식을 이번에도 실행하며 통쾌한 전개로 마지막까지 환희를 이끌어냈다. 막내 동생 단치정이 두리안과 결혼하려 들자 전생을 모두 알아버린 단치감이 두리안에게 “내가 다 해결하겠다. 방법은 찾으면 있다”라고 위로했지만 두리안은 현생에서도 불행한 결말이 예견돼 깊은 슬픔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게다가 단치감의 아내 이은성(한다감 분)은 아이를 갖지 못하는 한을 플기 위해 단치감의 아이를 대신 낳아달라며 대리모 제안을 하는 등 두리안은 현생에서도 인간들의 이기심 속에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이에 두리안은 현생에서 행복을 찾은 며느리 김소저를 두고 홀로 전생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렇게 피비 작가는 두리안을 희생의 아이콘으로 남겨두는가 싶었다. 하지만 전생과 현생에 업보를 쌓은 인물들에 대한 철저한 처단도 잊지 않았다. 먼저 두리안은 전생으로 돌아가 돌쇠와 야반도주를 하며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으로 암시됐다. 반면에 현생에 넘치는 부와 명성도 모자라 나이 칠순에 30살 연하 남편까지 모든 걸 갖게 된 백도이 회장은 한순간에 철저히 무너뜨렸다. 백도이는 전생에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다하는 일수의 어머니였으나 두리안을 괴롭힌 시어머니이기도 했다. 아들 일수가 병약하자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한 이기심으로 두리안에게 돌쇠와 강제 합방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돌쇠를 죽이기까지 한 것. 전생의 돌쇠가 현생의 둘째 아들 단치감으로 태어나는 기막힌 인연을 이어줬다. 특히 단치감은 세 아들 중 백도이가 가장 의지하고 사랑하는 완벽한 아들이었다. 결혼 초반엔 자식 농사를 잘 지었다 싶더니 노년 후반엔 30살 어린 로맨틱한 두 번째 남편까지 생긴 것. 누가 봐도 완벽한 백도이는 나날이 행복감을 느끼던 중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았나보지”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이는 곧 닥쳐올 불운을 암시하는 반어법이었던 것. 가장 소중했던 두 남자를 잃는 것도 모자라 평소 늙는 것과 볼품 없어 보임을 가장 경계했던 우아한 여인 백도이에게 건강과 미모를 동시에 빼앗기는 초강수 악재에 휘말리면서 비참한 말년을 맞이하게 됐다.
두리안에게 과욕을 부렸던 이은성도 가장 소중한 남편인 단치감을 잃게 됐고, 전생에 정청여수로 대를 이을 수 없었던 일수는 현생에서 두리안을 다시 또 품으려 했다. 그러다가 임신했다는 말에 배우 고우미(황미나 분)와 결혼하게 됐으나 몇 년 후 자식이 친딸이 아님을 알게 되는 배신을 당하게 된다. 반대로 선한 마음으로 온맘을 다했던 열녀 김소저는 현생에서도 넘치는 축복을 받는다. 무명의 신인 여배우에서 굵직한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유명 여배우로 거듭나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고, 아들 단빈까지 품에 안으면서 단등명과 애틋한 인연을 이어가는 것으로 그려졌다. 이처럼 피비 작가만의 뚜렷한 인과응보 결말이 보는 이들에게 은은한 여운과 뜨거운 통쾌감을 동시에 안겨줬다.
#웃음부터 눈물+영화같은 영상미+명품 배우 열연까지 끝까지 완벽했다!
‘아씨 두리안’은 두리안과 김소저의 엉뚱 발랄한 현대 문물 적응기로 재미와 웃음을 안겼으며, 전생과 현생을 오가며 쉴 새 없이 수놓아진 명대사 명장면 열전으로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다. 특히 16회 엔딩에 전생의 김씨 부인이 현생에 아들로 환생하는지 알리 없는 아들의 연적인 돌쇠를 죽이면서 “돌쇠야 미안하다. 어쩔 수가 없구나. 부디 용서해다오”라는 말을 남겼고, 이에 돌쇠가 응하듯 “마님 원망하지 않습니다.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마님 덕에 우리 애기씨 제 목숨같은 애기씨. 하룻밤이나마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저 잊지 않고 애기씨가 기억만 해주면 그걸로 저는 족합니다”라는 명대사 열전으로 죽음을 사이에 둔 두 사람의 팽팽하면서도 슬픈 대치를 마지막 엔딩으로 그려내며 아련한 여운과 애틋한 분위기로 눈물을 선사했다.
피비 작가의 필력은 전작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을 통해 남다른 미쟝센과 완성도 높은 연출로 로맨스의 대가로 유명한 신우철 PD의 손을 통해 환상적인 연출력이 입혀지면서 아련하면서도 몽환적인 판타지 멜로로 탄생됐다. 전생에서는 파스텔 톤의 은은한 색감으로 K드라마의 색채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살렸고, 현생에서는 차갑고 어두운 색감으로 시대의 변화를 모던한 기법으로 표현하는 섬세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작품 전체가 지닌 아련하면서도 애틋한 분위기가 때로는 따뜻한 컬러 조명으로 때로는 화면의 농도로 조절하면서 결을 함께 완성시켰다.
명배우들은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박주미는 아련한 분위기와 애틋한 심성을 가진 두리안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고, 최명길은 비주얼부터 분위기까지 위풍당당한 화려한 여인 백도이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김민준과 한다감은 피비 작가와 첫 호흡임에도 완벽한 남자 단치감과 도도한 아내 이은성을 디테일한 감성 연기로 끌어올렸으며, 피비 작가 사단인 전노민과 윤해영은 명불허전 연기력으로 아슬아슬한 캐릭터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 지영산은 희대의 카사노바 연기로 시선을 장악하며 피비 작가의 꾸준한 픽을 받고 있는 남자 배우로 완벽하게 거듭났으며, 유정후와 이다연은 신우철 PD의 공언대로 신인임에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으로 전생과 현생을 오가는 다소 어려운 연기 곡선을 능숙하게 표현해냈다.
‘아씨 두리안’은 시간이 갈수록 터지는 막판 뒷심에 빨려들어가는 전개와 속도감 있는 흐름으로 보는 이들을 열광시켰다. 곱씹게 만드는 강렬한 여운과 동양 철학의 뚜렷한 메시지 전달로 판타지 멜로의 새 지평을 연 K드라마 ‘아씨 두리안’은 쿠팡플레이에서 1회부터 16회까지 전 회차를 만날 수 있으며, 정주행에 이어 역주행까지 후속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안병길 기자 sas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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