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하와이”…주민들 숨진 바다서 휴가 즐기다니

조윤영 2023. 8. 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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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우리 이웃들이 숨진 바다에서 수영하고 있습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사는 한 주민은 13일(현지시각) 비비시(BBC)에 이렇게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분노한 주민 말대로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갑자기 산불이 번지자 현지인들은 불길을 피해 암벽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버텼지만 일부는 끝내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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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최악 산불 마우이섬 주민들 분통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발생한 산불로 불에 탄 자동차와 파괴된 건물들 모습. AFP 연합뉴스

“관광객들이 우리 이웃들이 숨진 바다에서 수영하고 있습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사는 한 주민은 13일(현지시각) 비비시(BBC)에 이렇게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섬 서북쪽 해안 도시 라하이나는 지난 8일 밤부터 시작된 산불로 적어도 93명이 숨지고 건물 2200여채가 파괴됐다. 100여년 만에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 참사로 꼽히고 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제도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산불로 불에 탄 집들과 자동차들 모습. AP 연합뉴스

그는 일부 관광객이 아무 일 없는 듯 휴가를 보내는 모습에 분노를 보였다. 그는 “사흘 전 주민들이 (불길을 피하려고 뛰어들었다가) 숨진 바다에서 바로 다음날 관광객들이 수영을 했다”며 “이런 모습들은 그들(관광객들)의 마음과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서) 수영, 스노클링, 서핑을 하는 주민들은 없을 것”이라며 “누구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즐겁게 지내며 삶을 이어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사는 하와이와 그들(관광객들)이 사는 하와이, 두개의 하와이가 있다”고 씁쓸해했다.

하와이 출신으로 영화 아쿠아맨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제이슨 모모아가 지난 12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우이섬 관광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글과 영상을 올렸다. 제이슨 모모아 인스타그램 갈무리

분노한 주민 말대로 지난 12일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갑자기 산불이 번지자 현지인들은 불길을 피해 암벽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버텼지만 일부는 끝내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라하이나에 사는 애널리스 코크란은 워싱턴포스트에 버려진 차들로 도로가 막히자 불길을 피해 물가로 향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코크란은 “이웃들과 바다에서 5시간 넘게 버텼다”며 “추위, 유독가스로 거의 죽을 뻔했다. 몇몇은 살아나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휴가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계속 목격되면서 하와이 출신으로 영화 아쿠아맨의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제이슨 모모아도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우이는 지금 당신이 휴가를 보낼만한 장소가 아니다”라며 관광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글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하와이 공동체가 상처를 치유하고, 슬퍼하며,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8일(현지시각) 대형 산불이 발생한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교회와 선교회 건물이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하와이 당국은 여행객들에게 필수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마우이섬을 떠나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또 마우이섬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여행객들에게도 방문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주호놀룰루 대한민국 영사관도 산불재해지역은 여전히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고, 제한도 통제 중인 만큼 화재 지역 접근 시 각별히 안전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또 현지 뉴스, 총영사관 안전 공지 등을 확인하며 수시로 변동되는 최신 정보를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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