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장 손흥민도, 새 감독 포스테코글루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왼쪽)이 13일 영국 브렌트퍼드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렌트퍼드와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30분 교체되어 나오는 손흥민의 손을 맞잡고 있다. 브렌트퍼드 | 로이터연합뉴스

정상궤도로 올라서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토트넘(잉글랜드)의 새 주장인 된 손흥민과 새 사령탑인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시즌 첫 경기에서 여러가지 과제를 남겼다.

토트넘은 13일 영국 브렌트퍼드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렌트퍼드와 2023~20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경기에서 전반에만 2골씩을 주고받은 끝에 2-2로 비겼다.

이날 경기는 한국 팬들에게도 의미가 깊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주장으로 선임된 직후 갖는 첫 공식경기였기 때문이다. 팀의 상징이었던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떠나고 골키퍼 위고 요리스마저 이적이 유력한 상황에서 손흥민은 기존 주장이었던 요리스로부터 주장직을 넘겨받았다. 한국 선수가 EPL에서 주장으로 나선 것은 2012~2013시즌 퀸스파크 레인저스(잉글랜드)에서 뛴 박지성에 이어 손흥민이 두 번째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전해 후반 30분 이반 페리시치와 교체될 때까지 75분 가량을 뛰었다. 11분이 주어진 전반 추가시간을 합하면 86분으로 거의 90분을 다 뛴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손흥민은 이날 4-2-3-1 포메이션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양 풀백인 데스티니 우도기와 에메르송 로얄을 미드필더보다 높이 올릴 정도의 과감한 공격 축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손흥민과 다른 동료들과의 호흡은 아쉬웠다. 손흥민은 왼쪽 터치라인 부근에서 가끔씩 중앙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하필 왼쪽 풀백이던 우도기와 동선이 겹쳤다. 우도기는 이날 전반 초반부터 왕성한 활동량을 보였는데 측면과 중앙 사이의 하프 스페이스를 주로 공략하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움직임과 겹치는 일이 많았다. 이적 후 팀의 주축 플레이메이커가 된 제임스 매디슨과는 그저 눈에 띄지 않는 패스를 몇 차례 주고받는게 다였고, 원톱으로 나선 히샤를리송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손흥민은 1-0으로 앞선 전반 26분 빠르게 수비에 가담하다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브렌트퍼드 공격수 마티아스 옌센의 발을 걷어차는 파울을 범했고, 비디오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돼 1-1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후에도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끝내 교체돼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만 보였다. 영국 매체 ‘미러’는 “손흥민은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헤딩골 이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옌센을 막으려는 어설픈 시도가 페널티킥으로 이어졌다”며 “손흥민의 경기력이 잠시 하락한 시점일 뿐인지, 아니면 월드 클래스 기량을 더는 볼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고 우려를 표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도 아직은 더 보완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그랬던 것처럼 눈에 띄는 공격 축구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보이긴 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리그와 EPL의 수준은 확연히 다르다. 이날 토트넘은 공격 라인을 끌어올린만큼 상대에게 뒷공간을 자주 내줬고, 수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브렌트퍼드 선수들의 결정력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토트넘은 대패를 당할 수도 있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나도 산만했고, 다른 사람들도 산만하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전반전이 끝나고 그 증거를 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페널티킥 등을 허용하며 1-2로 역전당하면 고개를 떨구기 쉬웠을 텐데 우리 선수들은 다시 경기를 시작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며 동점을 만든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