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 양강' 한솔·무림, 수요 감소·에너지비용 증가에 수익 '불안'
무림, 계열사별 실적 반등하기도 했으나 안심은 일러
펄프 가격 하락, 한솔에 유리하지만 무림에는 불안요소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제지업계 양강인 한솔과 무림의 올해 상반기 수익이 불안한 모습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에너지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하반기 수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인들도 있지만, 경기 침체라는 큰 틀의 악재를 벗어나지 못하면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213500)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조22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6% 감소했다. 매출은 유사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85.2%나 감소한 127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8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만 놓고 봐도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이 각각 4989억원, 154억원, 7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9%, 74.9%, 80.8%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반기 매출에서 인쇄용지는 3120억원으로 5.8% 증가했지만 산업용지는 2689억원으로 16.4% 감소했다. 특수지는 3543억원으로 5.6% 줄었다. 영업이익 부분에서는 산업용지가 5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용지의 영업이익은 4억원으로 99.2% 급감했고 특수지는 232억원으로 20% 줄었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말 폭설사고로 인해 장항공장 가동이 올해 5월까지 중단된 게 실적 하락의 직격탄이 됐다. 장항공장은 인쇄용지와 특수지를 생산하는 거점이다. 이곳의 생산이 멈추면서 장항·천안·신탄진 등 인쇄용지·특수지 생산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45만t에서 36만6000t으로 줄었다. 현재 장항공장은 정상화한 상태다. 아울러 경쟁 심화로 산업용지에 대한 대대적인 프로모션 비용도 수익에 영향을 끼쳤다.
시장에서는 장항공장의 본격적인 재가동과 펄프가격 하향 안정 등으로 한솔제지의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전략 역시 중장기적인 성장에 긍정적이라고 봤다.
김민철 교보증권 연구원은 “산업용지 경쟁이 완화되고 장항공장 가동도 정상화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펄프·고지 가격 하락 등 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에는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한솔제지는 이에 대해 “올해 극심한 실물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가격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실적 악화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림페이퍼, 반기 흑자 돌아섰지만 무림P&P는 2Q 적자전환
무림은 계열사별로 실적이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인쇄용지 생산업체인 무림페이퍼(009200)는 상반기 매출이 25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1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39억원의 당기순이익도 기록했다.
표백화학펄프를 제조하는 무림P&P(009580)도 상반기에 3657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20.6% 늘었다. 영업이익은 138억원으로 146%나 급등했다. 하지만 2분기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 21억원의 수익을 냈지만 올해는 5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인쇄용지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무림SP는 상반기 매출이 777억원으로 전년 동개 대비 1.49% 증가했으나 75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58억원으로 적자 폭을 늘렸다.
무림 관계자는 “무림페이퍼는 지난 2분기 펄프 등 원자재 가격 하락, 해상운임료 안정화와 환율 상승 등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하지만,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높은 에너지 비용 등으로 향후 상황은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림P&P는 펄프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펄프 판매 부분에서 수익성이 둔화한 것”이라며 “하지만 펄프가격은 유가처럼 변동성이 높아 반등의 가능성이 있기에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와 별개로 펄프를 활용한 펄프몰드 등 친환경 소재 관련 신사업에 집중,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제지 물량 자체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데다 이어지고 있는 전기요금 인상도 수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하반기 경기가 회복하면서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 기대를 하기에는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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