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3류”라는 국민의힘, 10년 전엔 “윤석열=시정잡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외압 폭로
김태흠 “소영웅주의” 정갑윤 “하극상” 비난
국민의힘은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을 향해 “거짓말한다” “정치인 같다” 등 비난을 연일 퍼붓고 있다. 박 대령이 대통령실을 포함한 윗선의 외압을 주장한 것이 주요 계기이다. 10년 전 수사 외압 증언으로 화제가 됐던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과 그를 향해 십자포화를 가했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MBC 라디오에서 박 대령에 대해 “본인이 처리한 결과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니까 갑자기 군인 신분으로서 언론에 나가서 인터뷰를 하고 본인의 일방적인 주장을 국민에게 호소함으로써 본인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며 “이건 전형적으로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대령이 지난 11일 항명 혐의 관련 국방부 검찰단의 소환 조사를 거부하고 기자회견과 방송 출연을 통해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3성 장군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박 대령에게 “3류 정치인 흉내를 멈추고 당당히 조사에 응하라”고 말했다.
박 대령을 향한 국민의힘의 잇단 비난은 윗선의 외압 폭로에서 시작됐다는 점부터 비난의 양상까지 10년 전 윤 대통령을 향한 새누리당의 ‘손가락질’과 유사하다. 새누리당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에서 배제된 윤 대통령(당시 여주지청장)이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수사 외압을 폭로하자 “소영웅주의에 사로잡힌 정치검사”(김태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시정잡배보다 못한 조직이다. 항명이고 하극상”(정갑윤 당시 새누리당 의원) 등 원색적 비판을 가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감장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주목받았다.
두 사람 사이 차이가 있다면 박 대령은 현 정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부 차관과 법무관리관 등을, 10년 전 윤 대통령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댓글 사건 수사는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수사팀과 법무부가 대립한 반면 박 대령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수사결과보고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 지시와 달리 민간경찰에 이첩해 수사단과 국방부가 충돌하는 양상이 됐다. 박 대령이 이첩한 보고서에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사단 지휘부의 과실치사 혐의사실이 담겨 있었다.
폭로 후 두 사람에 대해 소속 집단이 징계 절차에 나선 것도 비슷하다. 국감 증언 이후인 2013년 11월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감찰위원회를 열어 윤석열 지청장에 대한 중징계(정직)를 결정했다. 수사 방해 의혹을 받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았다. 당시 새누리당은 “보고 체계를 중시한 조 지검장과 관련 절차를 무시한 윤 지청장에 대해 다른 처분을 내린 게 당연하다”고 논평했다. 해병대사령부는 박 대령이 외압 폭로 기자회견을 연 이후인 12일 오는 16일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고 박 대령에게 통보했다. 박 대령이 기자회견 후 KBS 뉴스 등에 출연해 인터뷰한 것을 두고 해병대는 사전 승인 없이 언론 인터뷰에 응해선 안 된다는 해병대 공보정훈업무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고 한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 회의에서 박 대령을 두고 “10년 만에 제2의 윤석열 검사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10년 전) 윤 검사는 과연 (지금의) 윤 대통령을 법의 이름으로 심판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박 대령을 향한 국방부와 국민의힘의 압박을 꼬집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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