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광복절, 하루만 일하면 또 쉬는데…"왜 이렇게 피곤하지?"

정심교 기자 2023. 8. 1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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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지난 주말(12~13일)과 오는 광복절(15일)에 쉬면서 오늘(14일) 같은 '샌드위치 데이'에 근무하는 사람 가운데 유독 '피곤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앞뒤로 쉴 때 유독 근무 당일이 평소보다 피곤하다면 '생체시계'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평소 못 잔 잠을 보충하기 위해 잠을 몰아서 잤다면 샌드위치 데이에 생체시계가 엉망이 되면서 되레 '후폭풍'이 밀려올 수 있어서다. 신원철(대한수면연구학회 부회장)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의 도움말로, 샌드위치 데이 때 피곤한 이유를 알아보고, 피곤하지 않게 전략 짜는 법을 제시한다.

생체시계-말초시계 엇박… 피곤하고 장기 기능 떨어져
평소에 정해진 시간대에 일어나 출근하던 사람이 휴일을 맞아 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거나 늦게 일어나고, 그다음 날 출근하려 할 때 우리 몸은 당황한다. '생체시계'와 '말초 시계'의 엇박자 때문이다. 생체시계와 말초 시계는 어떤 개념일까?

먼저 생체시계는 뇌의 정중앙에 있는 시상하부 속 상교차핵을 의미한다. 신원철 교수는 "뇌하수체엔 우리 몸에서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2만 개 있다"며 "아침에 일어나면 퍼(PER)라는 유전자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 단백질이 생체시계를 활성화하고, 뇌 각성 시스템이 켜져 우리는 깨어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체시계를 켜는 '스위치'는 중 하나가 빛이다. 눈 망막에서 약 1㎝ 뒤쪽에 뇌하수체가 있다. 망막과 뇌하수체는 신경회로로 연결된다. 아침에 일어난 후 햇빛이 눈으로 들어오면 뇌하수체가 활성화하면서 생체시계가 켜진다. 일정한 시간에 음식을 먹고, 낮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습관은 생체시계를 활성화한다.

생체시계가 제때 작동했다 꺼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말초 시계 때문이다. 신 교수는 "말초 시계는 간·폐·위·심장·각막·근육 등 모든 장기에 있다"며 "말초 시계는 각 장기를 24시간 단위로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기도, 억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하루 중에서도 각 장기가 최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들 말초 시계는 뇌 속 생체시계(중추 시계)와 긴밀한 네트워크로 연결돼 동기화한다"며 "생체시계의 리듬에 따라 말초 시계가 따라오는 원리"라고 말했다. 뇌가 잘 때 몸이 잘 쉬게 하고, 뇌가 깨어있을 때 모든 장기가 활발하게 일하게 해 시너지를 일으키면 신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몸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생체시계와 말초 시계가 같이 활성화하려면 뇌 생체시계가 오전 7시를 가리킬 때, 말초 시계도 오전 7시여야 한다. 둘이 한 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뇌 생체시계가 오전 7시인데, 말초 시계는 오후 10시를 가리키는 등 엇박자를 낼 때가 있다. 교대 근무자처럼 불규칙한 수면 습관을 지닌 사람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

수면 습관이 규칙적이면 음식을 먹을 때 위 연동운동이 활발해지고 간에서는 담즙을, 췌장에선 소화효소를 분비해야 하며, 소장·대장이 한꺼번에 같이 움직여야 시너지를 낸다. 그런데 이렇게 두 시계가 엇박자를 내면 몸속 각 장기는 따로 움직인다. 가령 위는 움직이는데 간 담즙, 췌장 소화효소가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장운동이 마비돼 소화가 안 되고 영양소도 제대로 흡수되지 못한다. 신 교수는 "이처럼 중추 시계와 말초 시계가 일치하지 않으면 다양한 질병이 유발되는데, 대표적인 게 대사증후군"이라고 경고했다. 고혈압·당뇨병·비만 등은 대사증후군의 대표 질환이다. 위장질환, 암, 간 손상 등도 불규칙한 수면 습관을 지닌 사람에게서 발생 위험을 키운다.

실제로 수면 습관이 불규칙한 교대 근무자에게 심뇌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병 발생률이 2~3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자궁근종 발생률을 높이며 생리불순은 1.5배 더 많다고 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는 야간 근무, 교대근무를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으로 규정했다.

휴일에 잠 보충, 1시간 일찍 자고 1시간 늦게 일어나기
하루의 생체시계는 매일 기상 후 퍼(PER)라는 유전자에서 '퍼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시작해 퍼 단백질이 소진될 때까지 작동한다. 퍼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을 때 그날의 생체시계는 멈춘다. 신 교수는 "이렇게 생체시계가 켜졌다가 꺼지는 데 평균 24.3시간(24시간 18분), 길게는 25시간이 걸린다"며 "지구가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24시간보다 살짝 더 길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 몸에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으면 우리 몸은 24시간보다 더 긴 주기로 산다. 생체시계를 지구의 시계에 맞춰야 매일 주기적인 생체리듬을 이어갈 수 있다. 이를 '일주기 리듬'이라고 한다. 신 교수는 "내 몸의 생체시계는 24시간보다 더 긴데, 지구 자전주기에 맞춰 똑같아지게 하고, 자고 깨는 리듬을 지구 시간표와 맞춘 게 일주기 리듬"이라고 언급했다.

내 몸을 지구의 시계로 맞추려면 아침에 해를 보고, 오후에 산책하며 햇볕을 쐬고, 밤에 휴대폰을 보지 않고, 세 끼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정해진 시간에 활동해야 한다. 이렇게 맞추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늦게 자고 늦게 깨며, 일찍 자고 일찍 깨는 식이 된다. 이렇게 5~7일이 지나면 잠자리에 누워도 3~4시간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거나 너무 일찍 잠들고, 낮에 졸리며 밤에 잠이 오지 않는 악순환이 된다.

휴일에도 평소와 같은 시간대에 잠들고 깨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휴일에 좀 더 자고 싶거나 잠을 보충하고 싶다면 평소보다 1시간 더 일찍 자거나 1시간 더 늦게 일어나는 것까지는 괜찮다. 우리 몸에서 2시간까지는 '시차'로 느끼지 않아서다.

일찍 일어나면 뇌 피로물질 가득 쌓이는 밤에 숙면
이런 방식으로 생체시계를 지구 스케줄에 맞췄다면 '잠에 대한 욕구'도 조절해야 한다. 잠이 쏟아지는데 막상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에 대한 욕구와 생체시계가 엇박자를 내는 경우로 봐야 한다. 신 교수는 "뇌가 잘 때 몸도 쉬고, 뇌가 깰 때 신체가 활발하게 일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 같은 동기화가 되려면 잠에 대한 욕구도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난 후부터 뇌 시상하부엔 '아데노신'이라는 피로물질이 쌓여간다. 신 교수는 "아데노신이 붙어있을 자리가 100개라고 치면 하나씩 채워진다"며 "이곳이 모두 다 채워지면 사람은 졸음을 견딜 수 없게 된다. 즉, 잠에 대한 욕구가 최고조에 달한다"고 말했다.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몰려온다면 뇌에 아데노신이 많이 쌓였다는 신호다.

아데노신이 밤에 가득 차야 밤에 졸음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샌드위치 데이처럼 휴일에 밤을 새우거나 잠을 적게 자면 다음 날 출근한 아침에 이미 아데노신이 절반 쌓인 채 하루를 시작한다. 생체시계가 켜져 있는데, 잠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전날 저녁 늦게 커피를 마셨거나, 낮잠을 오후 3시 이후 30분 이상 잤다면 이런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이런 경우 낮에 졸다가 그날 밤, 잠을 청해도 멀뚱거리며 잠이 오지 않을 수 있다.

신 교수는 "잠을 잘 자고 싶으면 생체시계와 잠의 욕구를 잘 맞춰야 한다"며 "자신의 생체리듬이 꺼지는 시간과 켜지는 시간을 '고정'해야 한다. 그래야 잠자고 싶은 욕구를 내 생체리듬에 맞춰 높여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는 시간, 깨는 시간이 고정되지 않으면 생체리듬이 불규칙해지고 엉망이 되면서 졸려도 잠이 잘 오지 않고, 자도 금방 깬다.

잠의 욕구를 높이려면 우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권장된다. 일찍 일어나면 아데노신이 일찍부터 쌓여 저녁 시간에 맞춰 아데노신이 가득 차기 때문이다. 기상 후엔 30분에서 1시간 후 몸이 햇빛에 적응할 때쯤 커튼을 열거나 바깥 햇볕을 쬐며 생체시계를 서서히 깨어나게 한다. 오전 9시~10시에 30분가량, 오후 3~4시에 30분가량 햇볕을 쬐면 그날 저녁 멜라토닌(수면 유도 호르몬)을 원활하게 분비할 수 있다.


심야 운동은 피해야 한다. 밤엔 잠들기 2~3시간 전부터 심부체온이 떨어지면서 꿀잠을 부르는 멜라토닌 분비량이 많아진다. 그런데 잠자기 직전에 운동하면 심부체온을 높여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해서다. 운동은 낮·오후 또는 초저녁(잠들기 3~4시간 전까지)에 실천한다. 생체리듬에 맞춰 낮에 운동하면 낮에 더 잘 깨어 있고 밤에 더 잘 잘 수 있다.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몸을 이완하는 호흡법을 실천해보자. '4-7-8 복식 호흡법'은 4초 동안 코로 숨을 들이마셨다가 7초 동안 멈추고, 8초 동안 입을 벌려 숨을 내쉬는 단계다. '박스 호흡법'은 5초 동안 숨을 들이마시고 5초간 멈췄다가 5초간 내쉬고 5초간 멈추는 단계다. 4회 1세트를 4세트 이상 실시하면 효과적이다.

누운 채로 실시할 수 있는 '점진적 근육 이완법'도 있다. 누운 상태에서 어느 부위든 5~10초간 특정 부위 근육에 힘을 줬다 빼는 방식이다. 예컨대 눈을 5초간 부릅떴다가 눈에 힘을 완전히 빼고 눈을 감는 방식이다. 주먹 쥐기, 어깨 들어 올렸다 내리기, 손목 말기, 허벅지 힘주기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면 된다. 신 교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점진적 근육 이완법을 실시하면 스트레칭한 듯 몸이 나른해지고 긴장을 풀어 잠을 잘 청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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