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학' 히츠지분가쿠,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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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한자 표기인 '양문학(羊文学)'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혼성 밴드 '히츠지분가쿠(Hitsujibungaku)'.
사색적인 노랫말과 젊음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일본 청춘 밴드의 새 계보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히츠지분가쿠 멤버들은 동년배인 다른 20대 보다 더 진지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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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적 노랫말·얼터너티브 사운드로 호평
[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내에 한자 표기인 '양문학(羊文学)'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혼성 밴드 '히츠지분가쿠(Hitsujibungaku)'.
사색적인 노랫말과 젊음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일본 청춘 밴드의 새 계보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2017년 첫 번째 EP '터널을 빠져나왔더니'(トンネルを抜けたら), 2018년 발매한 첫 정규 음반 '젊은이들에게'(若者たちへ)는 빛나면서도 불안한 청춘의 속성을 톺아본 수작으로 통한다.
2020년 정규 2집 '파워스', 작년 발매한 정규 3집 '아워 호프'의 사운드·분위기는 다소 달라졌지만 '청춘 연작'의 색깔을 이어갔다. 모든 젊음이 젊다고 호소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데, 이 밴드의 미학적 측면의 포인트는 일상을 기록한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보편적인 감성을 끌어낸다는 것. 얼터너티브, 슈게이징 등의 사운드 속을 파고드는 내밀한 감정들은 젊든 나이가 먹었든 청자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지난 6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23' 출연 당시 '호피(hopi)'로 시작해 대표곡 '쿠다라나이(くだらない)' 등 10곡 가량을 들려줬는데, 단숨에 국내 록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들의 단독 내한공연을 원하는 팬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팀 이름은 일본 오디션에 출연한 밴드 'S.R.S'(Sleeping Rag Sheep)에서 따온 '양(羊)'에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걸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에 가져온 '문학(文学)'을 붙여 짓게 됐다. 기타·보컬을 담당한 시오츠카 모에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12년 처음 결성한 이 팀은 멤버 조정을 거쳐 2015년 드럼의 후쿠다 히로 2017년 베이스 유리카를 영입하면서 지금의 형태로 굳혀졌다. 다음은 펜타포트에서 공연 후 멤버들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
-공연을 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요?
"관객 분들이 '파라파라 댄스'를 춰 주신 게 즐거웠어요. 저희 동년배 친구들이 많아서 좋았죠. 관객 분위기가 파워풀했고 무엇보다 자유롭게 즐기는 거 같아서 좋았습니다."(시오츠카)
-이번 펜타포트 출연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19년 '아시안 팝 스테이지(ASIAN POP STAGE) 출연 이후) 한국에 4년 만에 와요. 그 때 한국에서 즐거웠어요. 그리고 이번 펜타포트 라인업이 완벽했고요. '스트록스'가 특히 기대 됐습니다."(시오츠카)
-음악 이상의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 문학을 팀이름에 넣었다고 들었습니다.
"문학적이기보다는 일기에 더 가까운 느낌이에요. 곡을 세 멤버가 만들지만, 세 명 이상의 느낌을 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으면 했어요. 음악에 담는 정서를 각색하기 보다 듣고 느끼는 그대로 담으려고 하죠."(시오츠카)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멤버들이 결성된 걸로 알아요. 처음엔 '멋있는 소녀들'을 보여주고 싶어 팀을 여성 멤버로만 꾸리려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남성인 후쿠다 씨가 들어오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처음에 유튜브 영상을 보고 후쿠다 씨에게 소셜 미디어로 '같이 해보자'는 내용의 DM을 보냈어요. 그 전엔 다섯 멤버였고 여성들로만 채웠는데 취직 등으로 인해 빠지고 조정이 필요하던 찰나에 새 멤버들을 발견했죠. 세 명이 모인 뒤 '밴드를 한다'는 느낌이 더 들었어요. 밴드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상황이라 기분이 더 고양됐죠. 콘셉트는 처음부터 정해놓고 했던 게 아니라 멤버들이 새로 영입됐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었어요."(시오츠카)
-후쿠다, 유리카 씨는 '같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떤 계기로 했는지요?
"고교생일 때 소속 밴드 없이 여러 밴드에서 서포트 멤버로 활동했어요. 히츠지분가쿠는 원래 좋아한 팀인데 팀명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얼터너티브, 슈게이징 요소들이 녹아들어 있어 더 좋았습니다."(후쿠다)
"저도 히츠지분가쿠는 원래 알고 있던 밴드였는데 처음 알게 된 지 4년 이후에 함께 하게 됐죠. 밴드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멤버를 뽑고 있었어요. 원래는 기타를 연주했는데, 이 밴드에 들어오고 싶어서 제가 '베이스를 하지요'라고 말했어요."(유리카)
-'젊은이들에게'는 무거웠고 이후엔 점점 팝적인 분위기로 나아갔어요. 작년 발매한 '아워 호프'는 그 가운데 균형을 맞춘 듯한 인상입니다.
"앨범마다 작품 분위기를 의도한 건 아니고, 하고 싶은 대로 해왔어요. 그런데 저희 노래가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선정되는 등 매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음악은 우리끼리만 하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다양한 사운드가 우리를 소개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닌가 생각해요."(시오츠카)
-'아워 호프'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나요?
"저희는 어떤 메시지를 생각하고 음악을 만들기보다 직감으로 작업하는 스타일이에요. 노랫말은 '뭘 해라'가 아니라 저희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 위주로 써요."(시오츠카)
-히츠지분가쿠 멤버들은 동년배인 다른 20대 보다 더 진지하게 보입니다. 평소에 세 분은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진지한 이야기를 평소에도 계속 나누나요?
"조용한 편이기는 하지만 밖으로 보이는 이미지 만큼은 아니에요. (웃음) 연애담을 비롯 사생활도 이야기 많이 하고 불만도 털어놓기도 해요. 서로 상담을 할 때도 있고요. 후쿠다 상은 주로 잘 들어주는 편입니다."(시오츠카)
-평소 말이 없는 후쿠다 씨가 가장 많이 얘기했을 때는 언제입니까?
"책이나 영화 관련 서브컬처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때 많이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최근에 '고속도로에서 사랑을 담고'를 인상적으로 봤어요. 그런데 인디 영화라 잘 모르실 거예요."(후쿠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엔 신진 뮤지션에게 기회를 주는 '펜타 슈퍼루키' 프로그램이 있는데, 히츠지분가쿠도 2016년 후지 록 페스티벌의 비슷한 프로그램인 '루키 에이 고-고(ROOKIE A GO-GO)' 무대에 올랐던 것으로 알아요. 올해 '후지록'에선 메인 무대인 '그린 스테이지'에 올랐죠.
"대학교 때 음악 서클을 하면서 멤버들끼리 매년 보러 간 음악 축제가 '후지록 페스티벌'이었어요. 그런 무대에 올라 처음엔 긴장을 많이 했어요. 시규어로스, 제임스 블레이크 같은 좋아하는 팀들과 같은 축제에 출연한다는 자체로 기쁨이 컸죠. 처음엔 굉장히 긴장해 노래 가사의 절반을 잊어서 적당히 얼버무렸던 기억이 나요.(시오츠카)
"루키 때 불렀던 곡을 이번 그린 스테이지에서도 불러 감동적이더라고요."(후쿠다)
-인디로 시작을 해서 현재 세계적 음반사인 소니 뮤직 레이블인 'F.C.L.S.'에 속해 있어요. 자유로운 창작 활동으로 유명한 일본 밴드 '서치모스(Suchmos)'가 설립한 레이블이기도 합니다.
"서치모스 멤버들과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에요. 우선 소니 뮤직에 들어갔고 그 중 레이블을 선택해야 했는데 저희가 F.C.L.S를 골랐죠. 이상하고 재밌는 레이블이라서 끌렸어요."(유리카)
-청춘을 노래해오고 있는데 밴드에게 20대 청춘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전 스물 세 살 때 독립을 했어요. 돈 관리를 하면서 자유로움을 느꼈죠. 청춘의 의미는 자신과 부모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 같아요."(시오츠카)
"호기심에 끌리면서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때가 아닌가 생각해요."(유리카)
"10대 땐 감각적으로 선택을 했어요. 20대가 되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을 찾기 시작하고 그간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죠. 제 안에서 그런 변화를 느낍니다."(후쿠다)
-히츠지분가쿠의 음악에 공감하는 동시에 삶을 힘들어하는 한국의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고등학교 때 14시간 씩 공부한 뒤 10분 간 도시락을 먹고 다시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대학 시험이 일생일대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저를 밀어붙였죠. 라이브, 특히 해외 라이브가 해당하는데 한번 기회가 주어지고 되돌릴 수 없잖아요. 많은 돈도 움직이고요. 수험생의 기분으로 완벽하게 준비 하지 않으면, 긴장을 많이 하게 되죠. 그런데 관객들은 좀 달라요. 오늘 라이브에서도 느꼈어요. 전 '완벽하게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관객분들은 그런 걸 요구하지 않고 그저 즐기세요. 시험이나 라이브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만약에 실패를 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에요. 즐기는 것의 의미가 크죠.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한다는 거예요."(시오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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