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대원이 짐꾼이냐”…생명구할 구급차, ‘잼버리 짐차’로 사용 논란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8. 14. 16: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잼버리 대원들의 짐을 싣고 있는 구급차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 편집]
한시가 급한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할 119 구급차가 ‘잼버리 짐차’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2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여했던 베트남 대원들의 여행가방 등 짐을 구급차에 실어주는 사진과 글이 올라왔다. 대전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베트남 대원들이 퇴소할 때 장면이다.

작성자는 “대우받아야 할 분들인 119 구급대원분들을 짐꾼으로…캐리어 꽉 채우고 출발했다가 금방 다시 돌아와 상차하는 것 보니 구급차로 짐 셔틀 하나 봅니다”라고 적었다.

해당 사진과 글이 논란을 일으키자 한 시민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소방당국 지휘책임자를 대전동부경찰서에 고발하고 보건복지부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제기한 시민은 온라인커뮤니티에 고발 사실을 알리면서 “잼버리 학생을 철수시키기 위한 용도로 구급차가 동원된 것은 응급의료법과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구급차 용도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찰은 응급의료법을 위반한 소방당국 지휘관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주길 바라며, 보건복지부는 해당 구급차의 자동차 등록을 말소 처분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도 성명서를 내 “스포츠 경기 및 지역축제 등 각종 행사에 많이 동원되는 구급차는 응급상황에 출동해야 할 바로 그 구급차”라며 “대전에 배정된 1400여명의 잼버리 대원들을 위해 119구급차를 6대나 동원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전소방본부 측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숙사 앞 도로는 편도 1차로로 정차할 수 없는 위험한 길이라 베트남 대원들이 탑승할 버스가 300m 떨어진 곳에 있었다”며 “14∼15살 정도의 어린 여학생들이 인도와 차도 구분이 모호한 곳을 무거운 짐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보고 안전 관리 차원에서 짐만 옮겨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구급차는 베트남 대원들이 기숙사에 입소할 때부터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배치돼 있었다”며 “상부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구급대원들이 안전 예방 차원에서 선의로 짐만 옮겨 줬던 건데 상황이 이렇게 돼버려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